나는 언젠가부터 글을 쓰고 있다. 일기장에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그냥 쓰던 것이 어쩌다 보니 노트 한 권을 다 썼다. 그렇게 글쓰기의 매력에 빠졌나 보다. 지금은 일기 대신에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에 뛰어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닌데 브런치스토리 작가 승인이 된 것도 어쩌면 일기 덕분이려나.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브런치스토리 작가된 것은 개인적으로 기쁜 일이다.
내가 브런치에 작성한 글을 되돌아보았다. 그리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쓰고 싶은가' 어떤 내용의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글을 쓰고 싶은데 정말 힘이 되고 있는 걸까. 그저 내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하는 것뿐인데 이게 과연 사람들에게 힘이 될까. 고민이다. 지금도 매일 고민한다. 이렇게 고민하다 보면 '이거 한다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내가 이렇게 힘들면서까지 계속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현타로 며칠 글을 쓰지 않으면 뭐라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또 괴롭힌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는 나를 찾기 위해서였다. 나는 '번아웃'이라는 증상을 겪었다. 그 시기 한참 하던 생각이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였다.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무얼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 그래서 왜 사는지 모르는 증상이었다. 병원은 찾아가지 못했다. 용기가 부족했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참 안일했다. 그러던 중 하루는 과음을 하고 점심쯤 눈을 떴는데 이렇게 있으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 아니 공포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원인 모를 공포감에 휩싸였다. '아. 죽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자 참 무서웠다.
나는 다짜고짜 문을 박차고 나갔다. 미친 사람처럼 아파트 단지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더운 여름날이었다. 땀과 눈물이 얼굴에 흘렀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에게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한 시간도 넘게 걸었던 것 같다. 조금 진정이 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생각에 그날로 휴직을 결심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직장에 휴직을 통보했고 인수인계를 마치고 휴직을 했다. 말 그대로 일사천리였다. 누구보다 빨리 출근해 일이 끝나지 않으면 퇴근하지 않았던, 그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던, 그 자리가 단 며칠 만에 대체되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내가 없어도 아주 잘 돌아갔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나를 잃어가면서까지 일한 것일까. 회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현실적인 고민들로 두려움이 들었다. 더 이상 지체하면 추해질 것 같아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은 휴직 후 6개월이 지났다. 휴직 기간을 돌아봤다. 나는 휴직 동안 무엇을 했을까. 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나는 뭐 하고 있는 걸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라는 질문만 머릿속을 무겁게 하고 있다. 바보 같지 않은가. 휴직은 쉬려고 하는 건데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고 있다는 것이. 쉬는 방법도 잊어버린 것이다. 아니 어쩌면 올바르게 휴식하는 방법을 배운 적도 배우려고 노력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휴식도 배워야 할 수 있는 것이구나.
쉬는 것도 배워야 하다니. 참 웃음이 난다. 그냥 누워서 쉬는 게 휴식이지 뭘 또 배우기까지. 맞다. 누군가에겐 쉬는 것만큼 쉬운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쉬는 게 어렵다.정확히 말하면 가만히 있는 게 어려운 사람이 되었다. 대학시절부터 사회초년생까지는 참 잘 쉬는 사람이었다. 아니 쉬기 위해 일했다고 해야 할까. 주말이면 침대와 물아일체가 되어 하루종일 뒹굴뒹굴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누워 있더라도 휴대폰을 보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덕분에 머릿속이 시끄럽다. 쉬고 있지만 더 피곤해진다.
그럼 좋은 휴식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좋은 휴식방법으로 몰입을 추천한다. 입사 후 3년 차쯤 되었을 때 15년 차 대선배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동적인 취미와 정적인 취미 두 가지를 찾아라.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지금 현재 내 위치가 그 선배가 서있던 위치와 비슷해지니 이제야 알겠다. 동적이든 정적이든 중요한 것은 몰입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취미생활이 무엇이길래 휴식방법이 될까. 취미생활이라는 것은 어떤 누구의 강요 없이 오롯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취미생활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림, 운동, 독서 등 엄청나게 다양한 취미생활이 있다. 이런 취미생활이 휴식된다. 나도 30대 초반까지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 30대 후반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할 때 진짜 에너지가 충전된다는 것을 말이다. 여러분들도 몰입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언제 몰입했는지 잘 모르겠다면 시간이 순삭 된 경험을 떠올려보자. 드라마를 정주행 하느라 주말이 삭제된 경험, 애인과 데이트하며 시간이 순삭 된 경험, 아이들과 놀아주며 시간이 순삭 된 경험, 그림을 그리며, 운동을 하며, 독서를 하며 등 삶을 살아오면서 시간이 순삭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몰입했다는 증거다.
이처럼 몰입을 하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빠르게 흘러간 시간만큼 깊게 집중한다. 이런 태도는 성과를 동반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며 성과가 난다면 얼마나 기쁘겠는가. 그래서 몰입할 수 있는 일은 성취감을 가져오고 그 성취감은 계속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렇게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성취감가 몰입이 지속되면 그게 무슨 일이든 재미가 있다. 재미를 느끼는 일을 하면 즐겁고 행복하다. 행복감을 느끼면 에너지가 충전된다. 그렇기에 몰입은 에너지 충전을 가져온다.
자신이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을 찾는다면 에너지 충전원을 찾은 것이다.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고로 에너지를 충전시켜 줄 수 있는 취미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래서 찾아야 한다. 그것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그 누구도 아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위해서 노력이 필요하다.
취미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흥미를 좇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살면서 해보고 싶었지만 학업, 금전, 부모, 가정 문제로 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려보라. 아마도 그것이 당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일지 모른다. 그런 것을 찾았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자. 만약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그림 도구 판매 장소를 검색하거나 당장 마트에 가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그림도구를 사자. 그리고 아무거나 그려보자. 그럼 답이 나온다. 정말이다. 잠깐이라도 해보면 이 취미활동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호기심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 항상 해봐야 알 수 있다. 그 어떤 것도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 해봤는데 시시해서, 재미가 없어서, 별로라서 등의 이유로 그만하게 된다면 뭐 어떤가. 그냥 그 정도 흥미였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흥미로운 것을 찾으면 된다. 그렇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찾아보자. 대신에 꾸준히 찾아보자.
나를 찾기 위해 시작했던 일기 쓰기가 지금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만들어 주었고, 그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취미로 운동화만 있으면 되는 러닝을 선택했을 뿐인데 이제는 7km를 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은 앞으로 나를 어떻게 만들어 줄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확히 말할 수 있는 하나가 있다. 그것은 지금의 나는 내 행동이 만든다는 것이다. 나는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 나를 위해,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나를 찾기 위해, 내가 원하고 하고 싶었던 것을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해보자.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