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식당은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요
좀 옛날 말 같긴 하지만. '고객이 왕'이라는 말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잊고 살았는데 중국에 와서 다시금 그 말이 떠올랐다. 서비스라고 하면 한국을 따라올 자가 없을 것 같은데 왜? 아이러니컬하게도 나는 오히려 중국에 와서 '고객이 왕'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일단, 자유도가 높다.
1. 외부 음식 반입 환영
중국에서는 보통 외부 음식을 금지하지 않는다. 피자 사와서 스벅에서 먹어도 되고, 샤브샤브집에 치킨 사와서 먹어도 된다. 쌀국수집에 공차 사가도 되고, 한국 식당에 닭발 사가도 된다. 외부에서 주류를 반입하는 것도 주로 허용된다. (식당 규정에 따라 소액의 비용을 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상도도 모르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취급될 상황인데...여기서는 너무나 흔한 광경.
2. 혼밥 환영
한국에 공부하러 온 중국인 G양. 가족이 없으니 밖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가 많았는데, 식사 시간에 식당을 가면 종종 퇴짜를 맞았다. '점심시간(11-1시) 2인 이상 식사 가능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라는 문구를 보고 씁쓸하게 뒤돌아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G양은 좋아하는 전골을 먹으러 가면 항상 반을 남겨 집에 싸왔다. 전골은 '2인분 이상 주문 가능 메뉴'였기 때문이다. 혼밥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식당에 혼자 가면 왠지 미안할 때가 많았다. 나는 중국에서 혼자 밥을 먹으러 갔다가 눈치를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고기집, 훠궈(샤브샤브)집 등 장르 불문하고 편하게 잘 다닌다.
3. 맞춤형 메뉴 환영
(1) 요리의 종류가 다양하고 선택의 폭이 넓다
중국에는 기본적으로 메뉴 선택의 여지가 많다. 한국에 온 많은 베지테리언 외국인이 의외로 애를 먹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 요리에 고기가 아예 안 들어간 요리의 선택권은 생각보다 아주 좁다. 그리고 뭘 안 먹는다고 하면 주변에서 말이 많아진다. 왜 편식하냐, 왜 안 먹냐, 골고루 먹어야 된다, 까다롭다...(아이고) 중국은 돼지고기를 안 먹는 회족, 양고기를 좋아하는 몽고족, 밀가루 음식을 즐겨먹는 서북(西北)지역 사람, 해물을 즐기는 연안 지역 사람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민족과 식성과 요리가 존재하기에, 상대방의 식성을 매우 존중하는 편.
(2) "有没有忌口?"
식당에 가면 언제나 받는 질문이다. 가리는 거 없냐는 뜻이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를 안 먹는데 요리에 돼지고기 기름을 사용할 수 있고, 새우를 안 먹는데 새우젓을 양념으로 넣을 수 있으니, 혹시라도 손님이 모르고 시켰을까 확인하거나 피하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고자 하는 의도이다. 손님은 이 질문을 받으면 자신의 요구사항을 모두 말할 수 있다. 염도나 기름 양, 당도 조절도 가능하다.
(3) 메뉴판에 없는 메뉴도 주문할 수 있다
모든 식당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려운 게 아니라면 메뉴판에 없는 메뉴도 요청해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상상 불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토마토계란볶음'메뉴는 있는데 메뉴에 없는 '브로콜리계란볶음' 먹고 싶다면 그렇게 해줄 수 있는지 물어볼 수 있다. 보통 재료가 있으면 해준다. 꼭 겹치는 게 아니더라도 아예 다른 메뉴를 주문해 볼 수도 있다.
4. 셀프서비스 노노
중국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또 처음 온 사람들이라면 왠지 모르게 죄책감을 느끼며 하는 일이 바로 맥도날드나 심지어 카페에서 먹은 음식이나 컵, 그릇을 식탁에 두고 가는 거다. 푸드코트에서도 마찬가지. 중국에서는 내가 먹은 쟁반을 들고 '쟁반 갖다놓는 곳'이 어딘지 왔다갔다 할 필요가 없다. 사실 한국도 '셀프서비스'의 역사가 그닥 길지 않다. 그 취지는 인건비를 줄여 소비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거였을텐데, 그래서 셀프서비스 음식점의 음식값은 상대적으로 저렴했는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다. '셀프서비스'라는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이름의 서비스는 하나의 음식 소비 행태 혹은 당연한 도덕 혹은 규율이 되었고, 인건비와 상관없이 음식값은 비싸다. 물론, 중국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싸니 가능한 일이다.
5. 각종 결제 방법 환영, 인터넷 대기 가능
요즘은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한국의 경우 작은 식당에서 소액을 카드로 결제하면 돈을 내고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중국은 위챗페이, 알리페이와 같은 모바일페이가 워낙 활성화되어 있고, 활성화되다 못해 없으면 못 살 정도인데, 이게 아주 상상도 못하게 편하다. 한국 돈 100원을 결제해도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또 일부 식당은 인터넷 상으로 대기할 수 있다. 예약이 필요한데 사전 예약을 못한 경우, 한두시간 전에 모바일로 신청하면 대기번호를 받고 줄을 설 수 있다.
돈 내는 고객이 왕이니 무조건 다 우리 편한대로 해줘라, 는 아니지만. 다만 그런 표어를 만들어 놓고 그런 척 포장하면서 그에 걸맞지 않는 서비스를 하는,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심지어 밥도 못 먹게 하는 곳들이 얄미울 때가 있다. 한국에서는 회전율을 높이려고 다 먹고 앉아 있으면 눈치 주고 죄인 취급을 하는데, 중국에서는 주로 신경쓰지 않는다. 철저한 개인주의이기 때문인 것도 같고, 한두 사람 따위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대륙 스케일 사고방식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한국과 중국이 다른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고, 또 여러 요소에서 기인하며 매우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이다. 중국은 나라가 커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장기적 안목이 있다. 기회가 많으니 당장의 손익에 급급하지 않는다. 한국은 인구가 적다 보니 일확천금을 얻을 가능성이 매우 적고 그래서 단기적인 이익도 중요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물론 자유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질서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로는 엉망진창이기도 하지만, 일단은 한국에서 누리지 못한 종류의 자유가 편한 건 사실이다.(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