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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햄통 Dec 24. 2019

나는 중국이 왜 좋을까

오늘 대빵님(편의상 가명)이 그런 질문을 하셨다.

초등학교 5학년 처음 중국어를 배웠을 때부터 중국어가 좋았다는 말에,
“참 특이하네. 아무 것도 몰랐을 어린 나이에 그런 게 좋았다니 왜~?”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생각해 보면 희한하기도 한 게, 난 중국에 별 연결고리가 없는 환경에서 중국어를 일찍 배웠다. 우연한 기회에 찰흙 같은 걸로 스스로 중국과의 고리를 빚은 셈이다. 일단 만들고 나니 마음에 들어서, 더 길게 만들고 여러 개 만들고 재료도 바꿔서 더 튼튼하게 만들고 서로 이어서 리본 만들고...

왜 그랬을까? 그리고 왜 아직도.

“그냥 한자도 좋고 중국어도 흥미로웠어요. 그 어렸을 때 ‘우공이산’ 같은 사자성어에 얽힌 이야기를 배웠는데 그런 것 마저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은 예측가능해서 편한데 단조로운데 반해, 중국은 좀 불편할 수도 있지만 다이나믹하다, 다양성을 더 인정하는 분위기도 다르고, 지방 특색도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했다.

물론 그 대답은 충분치 못했다. 이 심오한 질문에 대해 그렇게 짧은 시간에 다소곳하게 답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너무 잔인한 상황이었다. 내가 중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현상적, 직업적, 문화적, 개인적, 심리적, 시대적 등등 엄청 다양한데, 일부 만을 얘기해서 전체를 왜곡한 건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들었다.

집에 오는 길에 생각해 봤다. 중국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는 일단 중국어가 70% 정도를 차지하는 것 같다. 그럼 중국어는 왜 좋아하지.

이래저래 짱구 굴리며 이유를 열거하려다가 우엨켕에에엥엥엔네에에ㅔ 포기.

어쩌면 연인을 사랑하는 것과 비슷한 걸지 몰라, 그런 추상적인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냥 좋은 거?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니까 좋은 거?

물론 꼭 집어서 말하라면 내가 좋아하는 면들을 얘기할 수 있겠지만, 꼭 그것 때문일까?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좋은 걸까 아니면 그 행동이 좋아서 그 사람이 좋은 걸까? 그 사람의 생각이기 때문에 좋은 걸까 아니면 그런 생각을 하니까 그 사람이 좋은 걸까?

설사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답을 할 수 있다고 쳐도, 그 답이 또 상황에 따라 시기에 따라 변할 수도 있는 거다. 심지어는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의 성격이 반대로 막 싫어질 수도 있는 거고. 그렇게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는 정말 복잡한 문제다. 뭐가 먼저인지 뭐가 나중인지, 뭐가 원인이고 뭐가 결과인지, 그 일부인지 총체인지 모르게. 내 감정의 영역인지 환경의 영향인지 모르게.

중국도 뭐 그런 건가.

만약 연인이 아니라면, 그럼 가족이나 고향 같은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지하철 입구를 나와 집을 향해 걷고 있는데 중국인들이 논쟁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 뭐 때문에 싸우는 건지 쳐다봤는데 다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논쟁이 아니라 그냥 목소리 큰 대화였다.

고향이라니…오히려 중국은 내게 낯선 곳이다. 다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중국은 훨씬 이질적인 곳이다. 일반화하고 정의하기 어렵고, 안다고 말하기 정말 힘들다. 친한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나저나 이렇게 중국과 중국어를 사랑하는 걸 보면 이미 10년 전에 중국 전문가, 중국어 천재 같은 게 되어 있을 거 같은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자칫 도중에 질리기라도 할까 봐 노력을 적당히만 하고, 종종 이런 감상이나 쓰고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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