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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햄통 Mar 08. 2020

1월 23일, 코로나19가 시작됐다

마스크로 일심동체

중국에서 vpn을 켜지 않으면, 심지어 켜도 브런치가 잘 되지 않는 관계로 브런치 포스팅에 매우 게으른 햄통입니다. 그동안 인스타/페북에 포스팅 했던 코로나19 관련 글들을 몰아서 올려요. 흐흐.


2020년 1월 23일


#新冠肺炎 #코로나19 가 난리난 #중국 에 살고 있는#햄통 #햄리포터 입니다. 현지 분위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이곳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 됐는데요, 원래 미세먼지가 500이 돼도 애어른 할 거 없이 마스크도 안 끼고 거리를 활보해서 자칫 매우 쿨하고 최고의 자유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중국인들이었습니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무서운 확산 기세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나도 마스크 잘 쓸 수 있다’ 능력을 한껏 발휘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급격히 악화된 분위기로 하루이틀 만에 모두들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고요, 체감상 거의 90%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나머지 10% 중 5%는 담배를 피우거나 뭘 먹느라 입을 열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정말 바이러스 앞에 모두가 마스크로 하나가 된, 태어나서 처음 보는 기이한 광경입니다.


원래 결벽증이 좀 있었던 저 햄리포터는 마침 중국에서의 다소 덜 위생적인 생활 실천을 통해 면역력을 키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요며칠 분위기를 보니 온세상이 균과 바이러스로 뒤덮인 듯하여 이거 아무 것도 못 하겠네요.(결벽증 날로 악화 중)

그렇게 북적이던 거리와 상점은 전에 없이 한산하고요(춘절 영향도 있겠지만), 그나마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마스크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고, 흉물스러운 울집 엘베가 무려 소독을 했다질 않나, 마스크와 손소독제는 품절이라고 난리고요...


그러던 중 동료가 보내 준 동영상을 봤는데 어떤 중국 블로거가 #박쥐탕 #蝙蝠汤 을 먹는... 엄청난 장면이었어요. 날개가 목이버섯 같고 쫄깃하다고...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끄아아아악!!! 또 오늘 들었는데 중국 요리 중에 #모기눈알 요리가 있대요. 박쥐 똥에서 소화되지 않은 모기알을 체에 걸러내어 소독해서 스프를 만든다고...엄청 귀한 음식이라 해외 정상이 왔을 때 대접하기도 한다고...


이번 폐렴의 발원지로 지목되는 화난 수산물도매시장에서도 메뉴를 만들어 놓고 오소리, 흰코사향고양이, 대나무쥐, 기러기, 공작, 고슴도치, 여우, 악어, 사슴, 거북, 산양, 낙타, 코알라 등 야생동물 고기를 거래했다고 해요... 사실 야생동물 #野味 을 먹는 걸 즐기는 사람들은 극소수일텐데, 이 기사와 댓글을 보는 순간 아 이게 또 중국 이미지가 되겠구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아니 굳이 왜 박쥐를 먹으며 공작을 먹으며 심지어 코알라를, 모기를 먹는 걸까. 이미 중국에는 먹을거리가 이렇게나 풍부한데, 있는 거만 먹어도 다 못 먹고 죽을 거 같은데. 그러고 보면 중국인들은 워낙 큰 나라에서 다양한 걸 많이 접해봐서 그런지, 새로운 걸 좋아하고 모색하고 도전하는 거 같아요.

생뚱맞은 연결 같지만, 중국에서 일어나는 많은 혁신도 그렇거든요. 일당체제, 공산주의, 정치적 폐쇄성으로 대표되는 나라에서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발전이 가능한가 싶은데, 살면서 느끼는 건 중국인들이 변화와 시도를 좋아하고 대담하며 실천력과 적응도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는 거예요. 기술 발전 양상을 보면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편리한, 좋은 방안을 모색해서 적용하는 거 같아요.

그런데 핵심은 각 분야의 격차가 크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기술 분야 발전은 너무 비약적인데, 우리 아파트는 허구헌날 단수에 정전이에요. 겉으로 삐까뻔쩍한 건물인데, 막상 들어가면 거지소굴 같다든지...

막말로 야생동물 먹는 시도는 좋았는데, 위생은 못 따라와줬네요. 모기눈알 스프도 박쥐한테 나왔는데 이건 국가 정상에게 대접하는 150만원짜리 요리였고요, 시장에서 거래된 박쥐는 사스를 초래했고요.

중국에는 한 접시에 몇백만원짜리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부자도 있지만, 몇백원짜리 음식도 못 먹는 빈곤층도 많죠. 상상할 수 없이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14억이나 되요. 발전하는 부분이 있고 아직도 낙후된 부분이 있고, 그 두가지가 공존하면서 충돌하고, 그게 현재의 중국 같아요.

사람들이 미세먼지에는 마스크를 안 쓰고 전염병에는 마스크를 쓰는 이유도, 물론 전염병이 더 즉각적이고 치명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세먼지 흡입은 내 문제지만 전염병에 걸리는 건 다른 사람을 못 믿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14억 인구 땅덩어리에서 당연히 누가 어디서 온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자기 보호 차원에서 타인에 대한 신뢰가 낮은 편이고 경계심도 강한 편 같아요.

그러나 저러나 뭐가 어찌됐건 우한폐렴은 용서할 수 없어요. 걍 무조건 하루 빨리 퇴치해야 돼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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