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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햄통 Mar 08. 2020

1월 30일, 유령의 도시가 된 베이징

취소, 폐쇄, 단속, 휴무연장

요즘 그렇게 핫하다는 #중국 에 살고 있는 #햄리포터 입니다. #우한폐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新型冠状病毒感染的肺炎 #코로나19 땜에 망했어요. 그동안 본의 아니게 열심히 구축해 온 중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아주 우르르르... 무너져 땅바닥에 곤두박질하고 심지어 땅을 뚫고 지구 핵을 향해 달려가는 중

#북경 에 살고 있는 저의 체감은 어떠하냐면 아주 우울합니다. 그동안 좋다고 했던 모든 것들을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얼마 전 북경 주재 외교단 대상으로 하는 중국 외교부의 폐렴 관련 브리핑을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너어어어무 많이 와서, 2시간 반동안 마스크 꼭 끼고 있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폐렴 브리핑 들으러 갔다가 폐렴 감염이냐, 호흡 곤란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날 아침 출근하는데 용감하게 지하철을 타보았어요. 사람들이랑 접촉할까 봐 망설였었는데, 막상 타보니 이거 뭐? 사람 뭐? 터엉터엉 비어서 어찌나한산하든지. 아직 춘절연휴에서 돌아오지 않은 사람도 많거려니와 다들 집콕하고 있을테니까요.


그렇게 유령의 도시가 되었어요. 어딜가나 사람이 수두룩빽빽이던 이곳에 인구밀도 노르웨이 수준으로다가 길거리에 차도 사람도 없고요, 상점도 안 열었거나 일찍 닫고, 식당은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파리 날린다는 거 같고. 뉴스에 나온대로 관광지니 공연이니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유명한 곳, 갈만한 곳, 볼만한 곳은 다 닫고 취소됐어요.


며칠 전에는 관리사무소에서 모든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서 집에 환자가 있는지 체크했어요. 누가 문을 세게 두드리길래 햄머리를 빼꼼 내밀었는데 “家里有人发烧吗?”(집에 열나는 사람 있어요?) 라고 묻지 않겠어요? 놀라서 도리도리 했더니 집주인인지 세입자인지 확인하고 성을 적어갔어요. 눈 땡그랗게 뜨고 상황파악하려 하는데 그 사람이 터프하게 “关门!”그래서 황급히 문닫고 들어왔어요.

그러더니 단지 출입문을 봉쇄하더라고요. 출입문이 총 3개인데 2개는 철사로 묶어서 아주 막아버리고 정문만 출입이 가능하게 되었어요. 단지 사람 말고 외부인은 이름을 적어야 #登记 해요. 그래서 요새는, 예전 같으면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리던 快递!(택배요) 外卖!(배달이요) 하는 소리가 일절 없어요. 어떻게 하루 아침에 이럴까 싶을 정도로 단지가 고요해졌어요.



택배와 배달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저도 무섭고 뭔가 찜찜해서 안 시키고요, 집에서 아주 조신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동안 필요한 거 있음 뭐든 손가락으로 까딱해서 다 받아다 쓰고 먹었는데 이제 먹고픈 거, 필요한 거 이제 다 가내수공업으로 해결해요. 쌓아두고 쳐다도 안 보던 과자도 이제 아쉬우니 주워 먹고요, 몇일 동안 커피도 구경 못했기에 오늘은 우유를 사다 와서 수제 티라떼를 만들었어요.

어찌나 행복하든지!!! 요즘 #오렌지이즈더뉴블랙 미드를 보는데 그 감옥에 있는 생활이랑 어째 좀 비슷한 거 같다... 고런 느낌을 받고 있어요.

아까 용감하게 한국마트를 다녀왔는데, 돌아오고 나서 손 12번 씻고 사온 물건 다 씻고, 세수하고 머리 감고 입은 옷 빨고. 집에 왔는데 무슨 암병동 무균실 온 줄 알았어요. 피곤해서 이제 못 나가겠어요.

출근일은 2월 3일로 미뤄졌는데 감염자의 잠복기 14일을 고려해서 일주일 정도 더 미룬 회사들도 많고요. 개인병원, 학원, 헬스장 등 일상생활을 하는 공간들이 다 휴무 연장을 선언했기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무인도가 따로 없음ㅋ



우한이 위치한 후베이성 바로 위에 붙은 허난성에 사는 중국언니 말에 따르면 우한을 다녀온 사람 집에는 자가 격리 중이라는 빨간 딱지가 붙는대요. 만약 어기고 나가는 사람의 경우에는 집에 잡아 (쳐?)넣고 집에 나무 막대로 대문을 막은 뒤 못질을 한대요ㅋㅋㅋㅋㅋ밖에는 관리자가 지키고 그래도 도망갈 시에는 관리자가 면직을 당한다고.


수치적인 건 기사를 통해 다 나올테니 요즘 생활과 분위기에 대해 써봤어요. 기사 보니 #우한 은 정말 심각한 거 같아요ㅜㅜ 하루 빨리 수습되기 만을! #베이징 에서 #감금햄 #햄리포터 #햄통 이었습니다.

 @ Beijing,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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