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정이 늦게 마무리되었다. 그래도 뭐라도 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았다. 하루종일 혼자 있었던 고양이가 내 등뒤에서 자기 배를 보여주며 애교를 떤다. 나는 고양이를 힐끗힐끗 보면서 이따 놀아줄게라고 말한다. 죄책감이 든다. 아까는 천둥번개가 치면서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졌다. 벌써 장마 시작인가 싶다. 비가 오는 시즌은 걱정이 많이 된다.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오던 재작년, 도로에 물이 안 빠져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영업하던 업장에 물이 차서 악기와 집기들이 물에 떠다녔다. 장화를 신고 업자를 불러 양수기로 퍼내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장마시즌에는 길에 살고 있을 고양이들이 어디서 비를 피할지 밥은 잘 먹는지 걱정이 된다. 또 반지하집에 물이 차서 미쳐 물을 피하지 못해 죽음을 맞이했다는 기사를 보고 정신이 아득해지던 생각이 난다. 앞으로 날씨 메뉴는 폭염과 폭우밖에 없게 되는 걸까. 폭우도 그렇고 폭염도 그렇고 항상 약한 자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주는 것 같다. 이번 여름, 제발 무사히 지나가기를
최근 AI한테 뭘 많이 시키고 있다. 얘네들은 일을 잘 못하는데 일을 잘하는 척하는 회사원 같다. 특히 텍스트를 그림으로 바꿔주는 생성형 AI는 정말 재미있다. 원하는 바를 스크립트로 써주면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처럼 "아, 그거요? 그 정도는 쉽죠."라고 말하며 10초 만에 결과물을 자랑스럽게 내놓는다. '앗, 이 정도에 자랑스러워하는 건가, 손이 왜 6개지, 딸기는 왜 그렇게 생겼지? 이 덕지덕지하고 지웠다가 대충 그려 넣은 그림은 뭐야?'싶다가 처음부터 내가 이걸 한다면 너무나 귀찮기 때문에 감지덕지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내 목소리를 기반으로 음성을 만들어주는 음성생성형 AI의 성능에는 깜짝 놀랐다. 문장 30개를 읽었더니 내 말투를 그대로 재현해 내는 것이 아닌가, 새로운 텍스트를 입력하면 내 목소리로 읽어준다. 세상 정말 좋아졌네 싶다가도 범죄에 이용될 텐데 하는 디스토피아적 SF를 먼저 상상하고야 만다. 게다가 동영상 편집앱이나 사진 편집앱도 정말 대단하다. 그림판에서 외곽선을 따느라 마우스질을 하던 시대가 언제인지 모르게 배경을 오려주거나 이미지를 2초 만에 변형해 준다.
최근 핸드폰으로 업무를 볼 때가 많아서 폰을 받치고 있는 왼쪽 손가락에 굳은살이 베이고 손이 아프다. 언젠가는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이 인간의 신체 안으로 들어오겠지. 인간의 수명이 혁신적으로 길어진 것이 지겹다가도 눈 깜짝할 사이에 급변하는 시대를 지켜보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