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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들 Jul 28. 2017

지지 않는 꽃송이의 환상

데이미언 셔젤, <라라랜드>

   

낯선 세계, 그들이 엉거주춤 서 있는 나에게로 온다. 명랑하게 온다. 환상적으로 온다. 타박타박 걸어오고 사뿐사뿐 건너온다. 손을 내밀고 스텝을 밟고 턴을 한다.


- 나는 재즈를 모릅니다.

- 괜찮아요, 당신은 꿈을 꾸는 '어리석음'을 가졌잖아요. 그것이 당신에 대한 우리의 초대장이에요.



1. 우리의 꿈은 얼마나 먼 곳으로부터 왔길래, 돌아가지도 나아가지도 못하고 마침 이 곳에 눌러앉아버린 것일까. 그의 진실한 고백을 어떻게 하면 거절할 수 있는지 모르겠 는 우리들의 영화.



2. 여자는 남자에게서, 유행이 지나버린 재즈를 좋아하는 일과, 사람들의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남자는 사랑의 이름으로 꿈이 무력해지는 것을 허락해버렸지만, 그것으로 사랑을 지키지도 못했다. 그러나 온 마을이 떠나가라 클랙슨을 울리며 그녀의 꿈을 지켜낸 그날 밤, 그는 그의 꿈에 대해서도 떠올렸을 것이다. 결국 그녀로 하여금 그 자신으로 돌아온 남자는, 돌아와 이룬 꿈에 여자가 지어준 이름을 붙였다. 그들이 사랑했던 흔적은, 서랍 속의 반지나 사진이 아니라, 꿈을 이룬 그 둘의 삶으로써 남았다. 그녀와 그는 좌절에 이은 좌절을 걸어, 동경의 헐리우드와 재즈바에 도착하였다. '지금'이 그들이 사랑했던 그때의 흔적이다. 그러니, 영영 이별하더라도 언제나 서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모두에게 영원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영원히 남는 것은 있다.



3. 우리의 인생에서 '내가 다른 결정을 했더라면'에 대한 회한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모든 선택의 뒤엔, 모든 선택되지 않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아름다운 미련'이라고 한다. 피지 않음으로써 영원히 지지 않는 꽃송이의 환상이라고 한다. 그것은 우리를 더 슬프게도, 덜 슬프게도 한다.



4. 회전목마와 호박마차를 타고 보랏빛 바다를 건너 이름 없는 행성으로 가는 경험. 별들이 쏟아지는 사막에 누워, 아주 평범한 것들을 떠올리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 어른이 된 소년과 소녀들을 초대해주어 고마워요. 거기에서 본 별을 여기서도 생각해요.


+덧. 역시, 배우는 연기다. 라이언 고슬링의 미소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해지는 시간. 엠마스톤은 원래 예뻤으며 그래서 이젠 사랑스럽도록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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