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길_탁재훈
독서모임에서 전자책까지, 내가 이 길을 택한 이유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선정한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지 않고 참석하면 모양이 빠지기 때문에 꾸역꾸역 읽었습니다. 저는 ‘반 고흐’가 화가인 것 이외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이 책은 서간체로 쓰여 있는데, 저는 편지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적인 글을 굳이 제삼자인 내가 읽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읽기 시작한 책이 제 생각을 바꿨습니다.
고흐는 늦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동생 테오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습니다. 이 책을 읽을 즈음 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허우적대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고흐의 심정에 더 감정을 이입해서 읽었습니다. 아래는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 일부입니다.
고질적인 가난 때문에 이런저런 계획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고, 온갖 필수품이 내 손에는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만 같다. 그러니 우울해질 수밖에 없고, 진정한 사랑과 우정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또 내 영혼을 갉아먹는 지독한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사랑이 있어야 할 곳에 파멸만 있는 듯해서 넌더리가 난다. 이렇게 소리치고 싶다. 신이여,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요!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세 가지를 얻었습니다.
첫째는 화가 반 고흐의 삶입니다. 그의 삶은 책, 영화, 노래에서 간접적으로 접한 적이 있지만, 그동안 큰 인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달랐습니다. 고흐가 쓴 편지를 읽으면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 같았습니다. 고단한 삶과 치열한 그림에 대한 생각이 담긴 편지를 읽다 보니 자연스레 그의 그림도 궁금해졌습니다.
고흐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에 대해 테오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부터 감상법까지 상세하게 전했죠. 이런 서사는 미술에 문외한인 저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뮤지엄’까지 이끌었습니다. 2024년 1월, 저는 그곳에 방문해 직접 <감자 먹는 사람들>을 감상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독서습관이 생겼습니다. 독서모임 날짜가 정해지면 그 안에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습니다. 그 부담 덕분에 저는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독서모임을 하면서 기간 안에 책을 읽는 다면 자연스럽게 마감독서하는 힘이 생깁니다.
세 번째로는 편식독서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독서모임을 하기 전에 저는 미술 관련 책을 읽을 생각도 못했습니다. 고흐가 네덜란드 사람인 것도 몰랐고, 그의 무덤이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에 동생과 나란히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심지어 그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도 몰랐으니 말 다 했죠. 혼자 새로운 장르나 주제에 접근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지만,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 책을 읽어야 하는 독서모임에서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테오야, 그래서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구나. 네가 아주 힘든 상황이 아니라면 가끔이라도 내게 돈을 보내줄 수 있겠니? 여유가 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주기보다는 내게 보내다오. 경제적인 문제까지 마우베에게 신세를 질 수는 없지 않겠니? 그는 내게 그림에 관해 조언해 주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다. 물론 그는 침대와 가구들을 사라면서 필요하면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더구나. 옷도 더 잘 챙겨 입고 너무 궁색하지 않게 지내야 한다면서 말이다.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위 발췌문을 바탕으로 저는 독서모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고흐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동생에게 크게 의지했습니다. 10년 넘게 수입이 없던 그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동생의 후원에 기대야 했습니다. 가족 중 누군가를 10년 동안 계속 지원해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을 독서모임에서 함께 나눈 결과, 저는 참여자와 책에 대해 깊고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독서모임에서 이런 질문을 마주했다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혼자 책을 읽고 느끼는 것도 분명 좋은 일입니다. 독서모임에서 위와 같은 질문을 나누며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을 때, 우리는 더 큰 재미와 감동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혼자 하는 독서도 좋지만, 함께하는 독서는 더 즐겁고 유익합니다. 여러분도 독서모임을 해 보신다면, 그 차이를 느끼실 겁니다.
이 책은 ‘함께 읽는 즐거움’과 ‘독서모임의 유익함’을 공유하는 글입니다. 특히, 독서모임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진행하고 있는 분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다 읽은 후 3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독서와 독서모임의 차이점
둘째, 독서모임 진행지 만드는 법
셋째, 독서모임 진행 및 운영법
이론보다는 제가 현장에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2015년부터 10년간 도서관, 학교, 공공기관, 회사에서 독서모임을 만들고 진행해 왔습니다. 독서모임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이어가다 보니 여러 곳에서 독서 관련 강의와 모임 진행에 저를 초대해 주셨습니다.
독서와 독서모임 관련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자격증이 없다고 해서 잘하지 못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아무런 기반 없이 독서와 독서모임을 경험했기에, 여러분과 비슷한 출발선에 있었습니다. 다만, 여러분보다 조금 먼저 다양한 독서모임을 경험한 선배일 뿐입니다.
이 책에 담긴 발췌문과 질문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아, 이렇게 독서모임을 하면 되는구나” 하고 감을 잡게 될 것입니다.
전체 내용은 아래와 같이 4부로 구성했습니다.
1부 시작
2부 진행지
3부 진행법
4부 독서모임
제 바람은 여러분이 이 책을 다 읽은 뒤 이렇게 느끼는 것입니다.
“나도 독서모임을 만들고 진행해 봐야지.”
“지금 하는 독서모임에 배운 걸 바로 써먹어야겠다.”
책을 읽기만 하는 ‘소비자’를 넘어, 책을 읽고 삶에 적용하는 ‘생산자’가 되길 바랍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독서모임에서 겪은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