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이 혼자하는 독서보다 좋은 3가지 이유

함께 읽는 말하는 독서

by 김한주

표현중심 독서모임을 완성하는 3종류의 사람


독서와 독서모임의 차이


독서는 보통 혼자 합니다. 하지만 독서모임은 적어도 두 사람 이상이 모여야 가능하죠.

독서에도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음독, 묵독, 속독, 발췌독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음독(音讀)이란 소리를 내서 읽는다는 뜻이고, 묵독(默讀)은 소리를 내지 않고 읽는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대부분 음독을 했다면 현재는 주로 묵독으로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책 읽는 소리가 대문까지 들려야 공부하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유럽에서도 성경을 비롯한 다양한 책을 소리 내서 읽는 음독이 흔한 방식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묵독은 매우 드문 일이었습니다. 개인이 소리 없이 책을 읽는 건 은밀한 행위라고 여겨, 묵독은 ‘악마를 부르는 독서법’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음독이 더 드물어졌습니다.

어쩌면 묵독은 경쟁에 특화된 독서법입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대학입시를 비롯한 객관식 시험제도를 유지해 왔습니다. 묵독은 이런 환경에서 보유한 정보량을 겨루는 데 효과적인 독서법이 아닐까요? 정보와 지식의 양을 수치로 겨루는 독서법만 강조된 것은 아닐까요?

혼자 읽은 뒤 시험 결과를 성적으로 매겨 순위를 정하고, 그 순위로 입학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제는 시험을 위한 읽기와 ‘독서’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음독은 혼자 읽기도 되지만, 여럿이 함께 읽기에도 적합한 방식입니다. 지식과 정보를 얻는 데는 묵독도 괜찮지만, 감정과 생각을 나누기 위해서는 ‘함께 읽기’가 더 좋습니다. 함께 읽기를 실천하는 방법이 독서모임입니다. ‘독서모임’은 2명 이상이 만나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독서모임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책을 미리 읽고 모이기, 책을 미리 읽지 않고 모여서 읽기, 책 서로 소개하기 등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독서모임 방식은 여러분이 대상과 목적을 고려해 선택하시면 됩니다.


혼자 읽는 ‘독서’와 ‘독서모임’의 차이에 대해 잠깐 살펴보았고, 이제 독서모임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장점’이나 ‘효과’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제가 굳이 ‘효능’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가 있습니다. ‘효능’에는 치유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독서에서는 얻지 못하는 ‘치유’가 독서모임에서는 가능하기에 독서모임 ‘효능’이라고 칭해 봤습니다.

이 ‘독서모임 효능’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즐거움, 유익함, 그리고 연대입니다. 첫째, 독서모임의 즐거움을 설명하기 위해 제가 좋아하는 동화를 소개합니다.

『프레드릭』이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들쥐 프레드릭과 그 가족이 겨울을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보여주는 동화입니다. 이 이야기로 작가 레오 리오니는 ‘칼 데콧 아너상’을 수상합니다. 아래는 『프레드릭』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어느 날, 들쥐들은

동그마니 앉아 풀밭을 내려다보고 있는 프레드릭을 보았습니다. 들쥐들은 또다시 물었습니다.

“프레드릭, 지금은 뭐해?”
“색깔을 모으고 있어, 겨울엔 온통 잿빛이잖아.”

레오 리오니, 『프레드릭』


어떻게 읽으셨나요? 제가 질문 하나 해볼까요?

“겨울을 준비하며 온 가족이 일하는 동안 프레드릭은 색을 모읍니다. 겨울의 잿빛을 대비해 다양한 색을 모으는 그의 행동을 혁신으로 보십니까, 아니면 게으름으로 보십니까?”

지금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독서모임에서 이 질문을 던지면 모임 구성원의 연령, 성별, 직업에 따라 답변이 달라집니다. ‘혁신’으로 보는 사람이 많을 때도 있고, ‘게으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때도 있습니다. 독서모임 진행자를 양성하는 과정에서는 ‘혁신’에 많은 표를 줍니다. 반면, 중고등학생들은 ‘게으름’에 표를 많이 줍니다. 의견이 갈릴 때 독서모임에서 갈등이 생길까요? 의외로 갈등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좋은 일이 많습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참여자끼리는 서로 닮았다는 공감을 나누고, 다른 의견에는 발견의 기쁨을 느낍니다.


두 번째는 독서모임의 유익함에 대해서 나눠보겠습니다. 이번에 활용할 책은 팀 마샬이 지은 『지리의 힘』입니다.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라는 화두로 이 책을 썼습니다. 다음은 이 책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조지아, 우크라이나, 몰도바를 더할 수 있는데 이들은 서방의 양대 기구에 가입을 원하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의 지리적 인접성도 그렇거니와 러시아 군대나 친러시아 군대가 그들 나라에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 나라 가운데 한 나라만 나토에 가입하더라도 즉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노선을 두고 갈등이 고조되던 2013년 무렵, 모스크바가 이 문제에 유독 심하게 몰입했던 것도 이 같은 현실을 설명해 준다.

팀 마샬, 『지리의 힘』


몇 년 전, 위 발췌문을 바탕으로 저는 이런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몇 해 전, 이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면 전쟁이 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2013년 러시아는 이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하며 침공을 예고했습니다. 러시아의 과잉 반응과 침공 가능성을 알면서도 나토 가입을 추진한 우크라이나 현 정부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참여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첫째, 우크라이나 정부의 나토 가입 추진은 자국 국방을 위해 당연한 결정이었다는 의견.

둘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응은 무리하게 러시아를 자극했고, 지금 수백만의 우크라이나 시민이 고통받게 되었다는 의견.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참여자들은 더 많은 생각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은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는 서유럽 국가들이 겨울을 버티기 어렵다고 예상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가스를 대신할 전기난로 가격 상승을 예측하며 전쟁의 경제적 파장을 언급했습니다. 다른 참여자는 우크라이나 아동의 생명과 인권 문제에 주목했습니다.


독서모임의 질문은 단순한 감상에 머물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의 시각을 거치며 마인드맵처럼 확장됩니다. 혼자 읽었다면 떠올리지 못했을 생각도 함께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더 멀리, 더 깊이, 더 넓게 생각하는 시간, 이것이 독서모임의 유익함입니다.


마지막으로 연대에 대해서 말해보겠습니다. 최근에 배우 최강희, 개그맨 송은이가 추천해서 널리 읽히고 있는 『마침내, 안녕』이라는 책입니다.


아마 며칠 뒤에는 우리 동네에서도 보일걸. 여기가 조금 빠른 거 같아. 얼마 전에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나란히 서 있는 벚나무가 예뻐서 한참 봤거든. 한 나무에는 꽃이 다 열렸는데 다른 한 그루에는 봉오리만 있는 거야. 한낮인데도 아파트 때문에 그쪽만 그늘이 길게 지더라고. 그런데 비가 막 쏟아지던 날 꽃잎이 다 떨어졌는데 비 그치고 나니까 그 나무 혼자 꽃을 피우더라.

유월, 『마침내, 안녕』


발췌문으로 제가 만든 질문입니다.

“주인공 도연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시재에게 같은 날, 같은 장소라도 벚나무는 저마다 다른 시기에 꽃이 핀다고 말합니다. 여러분도 인생에서 ‘조금 늦게 핀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


발췌와 관련된 경험을 나누다 보면 쉽게 동질감을 느낍니다. 참여자들은 신뢰와 친밀감을 바탕으로 심리적 연결 상태인 라포(Rapport)를 형성합니다. 독서모임은 경험을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서로에게 무해한 존재가 됩니다.

이렇게 독서모임의 효능 세 가지를 알아봤습니다. 즐거움, 유익함, 그리고 라포를 바탕으로 한 연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으로는 독서모임을 이루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표현중심 독서모임을 더 알고 싶다면

작가의 이전글독서모임에서 전자책까지, 내가 이 길을 택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