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하는 기준을 알려 드립니다
독서모임 진행지는 어떤 순서로 모임을 이끌어갈지 보여주는 ‘지도’이면서, 중간에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입니다.
우리가 이끌 독서모임에는 대본을 쓰는 방송작가를 따로 둘 수 없기에, 진행자(MC)가 직접 진행지도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아이유처럼, 우리도 진행지를 스스로 만들고 진행해야 합니다.
제가 소개할 독서모임 진행지는 별점 매기기, 발췌문과 질문 세트, 소감 나누기로 구성됩니다. 별점이나 마지막 소감 나누기는 매번 같은 방식이므로 별도의 학습이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진행지의 핵심인 발췌 방법과 질문 만드는 법입니다.
발췌(拔萃)는 ‘뽑을 발’과 ‘모을 췌’라는 한자로, 책이나 문헌에서 중요한 부분을 뽑아 모으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는 독서모임에서 사용할 발췌문이 필요하니 책에서 핵심 부분만 찾으면 됩니다.
그렇지만 말처럼 쉽지 않아, 처음에는 발췌문을 찾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동화, 소설, 비문학으로 나누어 발췌 기준을 안내하고 연습해 보겠습니다.
동화에서 그림 발췌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것부터 해봅시다.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동화에는 주로 이야기의 이해를 돕는 그림이 등장합니다. 그림도 발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레오 리오니의 『물고기는 물고기야』라는 동화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주인공은 올챙이와 물고기입니다. 연못에 함께 살던 둘은 친구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어 연못을 떠나 넓은 세상을 보게 됩니다. 개구리는 세상에 있는 새, 사람, 젖소를 연못 속 물고기에게 설명합니다.
그러나 물고기의 상상 속에서 새도, 사람도, 젖소도 모두 물고기 모습입니다. 위 그림에는 날개 달린 물고기, 옷 입은 물고기, 젖이 달린 물고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 그림 하나로도 이 동화의 주제를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물고기의 상상력 한계를 어떻게 봐야 할까?”
“괜히 물고기에게 연못 밖 세상을 알려준 걸까?”
“자신이 본 대로만 상상하는 물고기의 실수일까?”
이렇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합니다. 독서모임에서 대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다면 그림이든 글이든 모두 발췌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면, 아이들과 독서모임을 할 때는 발췌한 내용에 대한 질문을 굳이 던지지 않아도 됩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찾아 따라 그리는 활동만으로도 훌륭한 독서 활동이 됩니다.
동화에서 문장 발췌하는 기준
앞서 동화에서는 문장 대신 그림을 발췌하는 방법을 먼저 소개했습니다. 이제 문장 발췌 기준을 설명하겠습니다.
여기서 잊고 지냈던 국어 교과서 내용이 떠오릅니다. 바로 소설의 3요소입니다. 혹시 기억나시나요? 기억이 안 나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설의 3요소는 주제, 구성, 문체입니다. 그렇다면 소설 구성의 3요소는 무엇일까요?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지 않으십니까? 오래된 국어 교과서의 페이지가 눈앞에 아른거리지는 않나요? 소설 구성의 3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입니다.
제가 교과서 내용을 꺼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소설 구성의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은 이야기의 중심축이 됩니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를 살피며 읽다가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오면 그 부분을 발췌로 탁 낚아채면 됩니다.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발췌하려면 소설의 3요소인 주제, 구성, 문체를 눈여겨보십시오. 읽는 동안 인상 깊게 다가오는 부분을 발췌하면 됩니다.
처음 발췌를 시작했을 때 저는 기준이 없어 늘 불안하고 궁금했습니다. 지금 내 눈에 띄는 문장과 문단을 발췌하는 것이 맞는지, 왜 발췌하는지 스스로 정리하며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여섯 가지 기준으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