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
레오 리오니의 동화책 『프레드릭』과 『물고기는 물고기야』로 발췌 연습을 해보겠습니다. 먼저, 『프레드릭』을 예시로 발췌의 기준과 활용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프레드릭, 넌 왜 일을 안 하니?”
들쥐들이 물었습니다.
“나도 일하고 있어.
난 춥고 어두운 겨울날들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
프레드릭이 대답했습니다.
레오 리오니, 『프레드릭』
소설이나 동화책에서 ‘사건’은 인물이 겪는 가장 큰 일이거나 이야기의 중심 뼈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부분을 발췌한 이유는 들쥐 프레드릭과 그 가족이 겨울을 대비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각자 겨울을 다르게 준비하는 것이 이 책의 중심 내용입니다. 다른 발췌문도 살펴보겠습니다.
한 번은 프레드릭이 조는 듯이 보였습니다.
“프레드릭, 너 꿈꾸고 있지?”
들쥐들이 나무라듯 말했습니다. 그러나 프레드릭은,
“아니야, 난 지금 이야기를 모으고 있어.
기나긴 겨울엔 얘깃거리가 동이 나잖아.” 했습니다.
레오 리오니, 『프레드릭』
프레드릭은 추운 겨울을 대비해 식량을 모으는 들쥐 가족과 달리 햇살, 색깔, 이야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갈등 상황이 발생했죠.
이야기에서 갈등이 없으면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사건이 없으면 갈등이 깊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갈등과 사건이 이야기를 이끕니다. 이런 장면을 놓치지 않고 발췌하면, 질문 만들기 좋은 콘텐츠가 됩니다.
위 이야기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누가?’입니다. 사건의 주체는 프레드릭이거나 들쥐 가족입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겨울을 준비합니다. 들쥐 가족은 현실적으로 식량을 모으고, 프레드릭은 햇살과 색깔, 이야기를 모으며 겨울을 준비합니다. 프레드릭의 모습은 마치 낭만을 품고 사는 시인 같습니다. 인물들의 서로 다른 겨울 대비책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너라면 어떻게 겨울을 준비할래?”
“누구의 방식이 네 삶의 태도와 더 가까울까?”
“프레드릭의 겨울 준비는 단순히 다른 것일까, 아니면 틀린 걸까?”
“햇살과 이야기, 색깔을 모으는 프레드릭의 행동을 노동으로 볼 수 있을까?”
준비했던 식량이 다 떨어진 들쥐 가족은 그들과 다르게 겨울을 준비했던 프레드릭에게 요구합니다. 네가 준비한 양식을 보여 달라고요. 프레드릭은 햇살 이야기를 꺼내 들려줍니다.
여러분이라면 아래 내용을 발췌하시겠습니까? 저는 반드시 발췌했을 것입니다. 좋은 발췌문은 질문 만들기를 쉽게 하고, 좋은 질문은 참여자의 입술을 달그락거리게 만듭니다. 이 장면은 시인 프레드릭의 대뷔무대이자, 프레드릭표 겨울 대비현장입니다. 순수한 눈으로 보면, 프레드릭의 시 낭송으로 들쥐가족의 몸이 따듯해지는 마법을 볼 수 있는 곳인데, 발췌를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프레드릭이 커다란 돌 위로 기어 올라가더니,
“눈을 감아 봐, 내가 너희들에게 햇살을 보내 줄게.
찬란한 금빛 햇살이 느껴지지 않니···” 했습니다.
프레드릭이 햇살 얘기를 하자.
네 마리 작은 들쥐들은 몸이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레드릭의 목소리 때문이었을까요?
마법 때문이었을까요?
레오 리오니, 『프레드릭』
“여러분은 프레드릭의 마법을 믿을 수 있나요?”
“여러분이 들쥐 가족이라면 프레드릭의 양식을 인정할 수 있습니까?”
“들쥐 가족이 따스함을 느낀 이유는 마법 때문일까요? 프레드릭의 목소리 때문일까요?”
이런 다양한 질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발췌문은 질문을 만들기 위한 초석이고, 이렇게 만든 질문은 참여자들이 열띤 대화를 나누게 해주는 불쏘시개가 됩니다.
이번에는 『물고기는 물고기야』로 발췌를 해볼까요?
작은 연못에 사는 올챙이와 개구리가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올챙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개구리가 됩니다. 양서류이기 때문에 연못에서도 살고, 연못 밖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물고기는 연못에서만 살 수 있죠.
어느 날 아침,
올챙이는 밤새 조그만 다리 두 개가 자라나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올챙이가 으스대며 말했습니다.
“이것 봐! 난 이제 개구리야.”
작은 물고기가 말했습니다.
“말도 안 돼. 어젯밤만 해도 너도 나처럼 작은 물고기였잖아. 어떻게 밤새 개구리가 된단 말이니?”
레오 리오니, 『물고기는 물고기야』
올챙이와 물고기가 등장하자마자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장면에서 독서모임의 대상이 어린이라면, 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고, 개구리는 연못과 둑 바깥에서 살 수 있지만, 물고기는 연못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물학적 한계를 설명해 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개구리가 말했습니다.
“젖소를 봤어! 젖소는 다리가 네 개고 뿔이 달렸지.
또 풀을 뜯어 먹고, 분홍색 젖이 달려 있단다.”
“사람도 봤어. 남자, 여자, 아이들!”
개구리는 연못에 어둠이 깔릴 때까지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날 밤, 물고기는 온갖 빛깔과 신기한 것들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나도 개구리처럼 돌아다니며 멋진 세상을 구경할 수만 있다면!’
레오 리오니, 『물고기는 물고기야』
개구리는 자신의 경험을 친구에게 알려준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그 이야기는 물고기에게 가질 수 없는 ‘욕망’을 심었습니다. ‘가질 수 없다면, 꿈꿀 수도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동화입니다.
『물고기는 물고기야』라는 책 제목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됩니다. 어떤 이에게는 희망을 빼앗는 잔인한 제목이고, 다른 이에게는 세상을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격언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