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나 May 08. 2024

호암미술관, 특별전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날씨가 호연했다.

리움미술관 대신 차선책으로 떠난 호암미술관.

불교와 여성성을 강조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가 한창이다. 불교미술과 동양화에 문외한이라서 조금 겁을 먹고 입장하였다.


보정없는 사진들, 날씨 자랑을 또 이렇게 해 본다.


호암미술관 문지기


오른쪽 입구인 희원; 정원쪽으로 돌아서 입장하는것을 추천한다. 하나 버릴것없는 잘 꾸며진 정원. 무채색의 소리가 들린다. 봄바람의 후끈한 열기를 뿜어낸다. 여름바람 못지않다. 꽃향기가 버무려져있다. 훅한 꽃냄새에 봄이구나, 다시한번 실감한다.


정교하게 설계된 정원이다. 서로 식생환경이 다른 나무들이 배치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어울려 살기 힘든 것들도 열심히 가꾸어 한데 살게끔 해주시는, 고생하시는 숨은 분들이 계시겠지. 

이끼 하나 잘못 심어진 곳이 없다.

이렇게 싱싱한 이끼는 오랫만이다. 살짝 손을 얹다가 팡팡 두드려도 본다. 이끼는 사람을 행복하게한다. 그저 촉감만으로 말이다. 가끔 이끼를 닮을 필요가 있겠다 싶고.

보정없는 사진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대신 기억해준다.

전통정원 희원. 
잔디 대신 이끼



전시실은 조도가 굉장히 낮다. 밖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좋았다. 빛을 잘 활용하여 전시물의 포인트를 잘 살린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싶다.


해설은 말할 것도 없고.



비단에 그림을 그리거나 투박한 종이에 정교한 묘사가 있는 불교미술이 가득한곳.

한참을 세세히 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아래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

일본 그림중 하나인 구상도인데, 삶과 죽음을 아홉단계로 표현해놓았다고 한다. 아래는 백과사전 전문이다.

<야외에 놓여진 시신이 썩어가는 경과를 9단계로 나누어 그린 불교회화이다.

이름 그대로 시체의 변천을 아홉 장면으로 나누어 그리는 것으로, 사후 얼마 되지 않아 점차 썩어가 피와 살로 변해 짐승과 새에게 잡아먹히고, 아홉번째로는 뿔뿔이 흩어진 백골 내지 매장된 모습이 그려진다. 아홉개의 그림 앞에 생전의 모습을 더해 열 장면을 그리는 것도 있다. 구상도의 장면은 작품마다 다르며, 구상관을 설파하고 있는 경전에서도 일정하지 않다.?


꽤나 과학적이어서 마음에 들고,(시신 부패과정이 매우 정밀하다), 삶을 노래하고 있어서 마음에든다.

아무리 아름다운 사람이라도 결국 소상 (焼相)으로 돌아간다는. 쓸쓸하지만 대담한 그림. 

구상도 ( 일본어: 九相図/九想図 くそうず [*] )



아래는 고려시대의 목재 소재의 불상들이다. 금속으로 만든듯이 정교하다. 온화함과 오묘한 조소에 넋이나가 한참을 바라보았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 서있는, 굴곡지지만 힘있는 몸을 가지고있다. 14세기 작품을 코앞에서 볼 수 있다니. 시간여행과 다름 없다.






고려시대 나전칠기, 사진으로 다 담지 못해 아쉽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을만큼 수많은 감동을 받았다.

불교미술에 견문이 전혀 없더라도, 네이버와 도슨트의 도움을 받아가면 끙끙거리며 알아가는 재미도 있는 곳.

저 조그만 불상들은 어찌나 귀여운지. 혹여 당신이 방문하게 된다면, 꼭 하나하나 저들의 얼굴을 살펴보길.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갖고싶었다. 저 것의 순수함을.


사진 많이 찍어두길 잘했다. 그리고 방문하길 정말, 잘했다.


작가의 이전글 에르베튈레 뮤지엄 - 예술의전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