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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Jun 23. 2024

문득 바라본 네 얼굴에,


한 달에 한 번은 꼭 모이기로 한 친구들이 있다.

거르지 않고 만난 지 벌써 8년째이다. 

개개인의 우여곡절을 함께 겪어왔다. 무심한 듯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경청하되 깊이 개입하지 않는다. 절친들이라고 볼 수 없는 절친들인 셈이다.


어느 날 마주 앉아있는 한 친구의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 

분명 8년 전엔 주름하나 없었던 이가,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그걸 여태 왜 모르고 있었지?라는 생각에 문득 그이가 낯설다. 젊고 팽팽했던 그 사람은,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나도 함께겠지. 매달 꼬박꼬박 만나서 서로 늙어가는 줄은 몰랐구나 싶어 장난 삼아 이야기를 건넸다.

"너, 오늘 보니 눈가에 주름이 생겼어! "

"나도 너 보고 그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 같이 반달눈을 하고 꺄르륵 웃는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선배처럼 내 이야기를 경청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함께 나이를 먹어갈 거라는 생각은 왜 하지 못했을까? 돌아오는 길 버스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통, 통 부딪히며 상념에 잠겼다.

이렇게 또 8년이 지나면 정말 기성세대의 반열에 드는구나 싶어 두렵다가도, 긴 시간 동안 변함없이 내 곁을 지켜준 이들이 있기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8년 동안 나는 많은 부분 변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배웠다. 억지로 배운 것도 있고, 스스로 깨달은 것들도 있다. 하나같이 고통을 수반했다. 그것들을 고스란히 들어준 당신들에게 감사한다. 

앞으로의 인생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 변하고 배우고 후회하고 깨닫는 것의 연속일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곁에 있어주었던 당신은 계속 함께였으면 좋겠다. 


그래.

내일의 나보다 젊은 오늘을 또 살아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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