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 수 있는 법
기분이 울적하거나, 꿀꿀하거나, 왠지 밥맛도 떨어지는 날. 멜랑콜리할 때, 이유 없이 코 끝이 시큰할 때, 잠깐 사라지고 싶다는 위험한 생각이 들 때, 어두컴컴한 이불속이 생각날 때, 그리운 이들에게 화가 날 때, 가까운 이들이 미워질 때, 이때까지 노담으로 산 것이 대견하다고 여겨질 때, 가슴이 휑하니 펑하고 구멍이 난 것 같을 때, 단순하게 생각하는 법.
1. 형형색색의 레깅스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색을 고른다. 착복한다.
2. 생각 없이 이어폰과 물통과 수건을 챙긴다.
3. 생각 없이 (사실 귀찮다 가기 싫다 누워있고 싶다 그러나 생각 없이!!!!) 자동차의 시동을 켜서 목적지로 간다.
3. 달리거나 구른다. 집에 올 때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여야만 한다.
4. 암풀다운이나 삼두운동을 한다. 집에 올 때 운전대를 잡지 못할 정도여야 한다.
5. 귀가 터지거나 말거나 에어팟 음량을 맥스로 한다. 단, 마이플레이 리스트가 아닌 남이 추천한 스피닝 곡을 듣는다.
6. 옷이야 젖든 말든, 달린다. 구른다.
7. 씻는다. 아주 그냥 빡빡 씻는다.
8. 먹는다. 손 떨리니 안 흘리게 조심하고.
바보같이 몸이 힘들면 생각이 잠깐 멈춘다.
약간 맹해도 좋다. 맹한 상태로 토마토 샐러드와 커피를 뚝딱해치웠다.
뭐 맹하면 어때. 고독할 시간을, 고독한데 쓰이는 에너지를, 심장을 다독이는데 쓴다. 그것이 오히려 더 평안할 때가 있다. 심장을 다독이는 시간에 감사한다.
극한의 처방이기 때문에 매일매일 하는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유산소운동 1시간과 근력운동 1시간은 솔직히 나에게 무리다. 알면서도 그랬다. 뭐 머리가 복잡하면 몸이 고생이지. 왠지 샘통이다.
이런게 선택한 고독이지. 오늘 술자리 대신 운동할 시간을 갖은 나에게 격려도 보내본다.
내일부터는 조금 봐 줘 가면서 운동해야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들도 혹여 멜랑콜리하다면 어서 움직여보길.
조금 과하다 싶을 만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