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익숙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았다.
이게 누구람, 한 해는 담임을 맡았고 두 해를 교과를 가르치다가 정이 듬뿍 든 제자가 서있는 게 아닌가.
S중학교에서 현재의 T 중으로 전근 온 지 6개월 만에
S중학교의 제자가 이곳으로 전학을 온 것이다.
시간차이 나는 전입동기인 셈.
넓다면 넓은 소도시의 십 수개의 중학교 중에서 T중학교 급식실에서 다시 만나다니, 직전학교 생각에 문득 마음이 뭉클해졌다.
지금의 우리 학교도 좋은 학교이지만,
문득 그리워졌다.
복층의 도서관에서 통유리로 보았던 학교 운동장, 친한 친구샘과 마음껏 나눠 쓰던 한 칸짜리 과학실, 공강시간마다 커피를 마시며 수다 떨었던 탕비실의 작은 테이블, 급식실 가는 길의 사슴 조각상,
멍 때리기 좋았던 뒤뜰 정원과 벤치, 텃밭에 키우던 바질, 그 옆에 봄마다 빼꼼 고개를 내밀던 수많은 제비꽃들.
인심 좋은 체육선생님 덕분에 주말마다 놀러 갔던 강당, 그때의 아이들, 그때의 동료들 생각에
나는 조금 슬퍼지기도 했다.
슬픈일이있으면 자고있는 식구들 몰래 새벽출근을 하곤 했다. 동지에 가까웠던 날들은 새벽별이 보였다. 주차를 하고 입김을 내뿜으며 학교 현관의 세콤을 해제하던 차가운 기억,
부드럽게 열고 닫히던 자동문들, 문들을 헤치고 나가 건너편 건물에서 마셨던 에스프레소.
눈이 오면 기타를 가지고 정원에 나가 노래를 했던 아이들. 그들과 함께 본 첫눈.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공간이 아름다웠고, 채워있는 이들도 아름다웠던 곳이었다.
자의적으로 전근을 신청했으면서도, 문득 그리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이럴 때마다 작은 패배감이 든다.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이런 그리움의 감정을 꺼내두고 한발 멀어져 관찰해야 할 것 같다.
네가 그곳에 진심이었구나, 그 공간을 사랑했구나, 그때의 아이들이 조금 그립구나.
그리고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야지.
종종 놀러 온다는 시후는 매우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문제집을 잔뜩 챙겨줬으니 다음에 오면 젤리를 한주먹정도 쥐어주어야겠다. 냉동실의 초코파이도 하나씩 줄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