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나 May 19. 2024

때로는 멋대로 살 권리.

교재연구를 하지 않고 3학년 수업에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실로 익숙한 꿈이다. 꿈에서 무엇인가를 잊고, 잃고, 헤매는 일은 허다 하다. 다행인 것은 꿈이 꿈이라는 것을 자각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꿈속의 불안에 평온을 느끼며 그렇게 잠에 취한다.

현실 또한 꿈과 같이 녹록지 않다. 교재연구를 하는 시간보다, 글을 쓰고 글을 읽는 시간이 좀 더 많아지고, 잃고 잊음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채워짐에 거침없는 풍요 속에서 헤매는 일이 허다하다.

풍요 속에서 헤매는 일 중의 하나가 골프를 배우는 일인데, 나의 의지가 반영된 운동이긴 하나, 사실은 취미활동을 같이 하고 싶은 최측근의 로망이 한 숟가락(더 들어간 것 같다) 들어간 활동이다.

반 자의적으로 반타의적으로 행하는 활동인지라 사실 매일 운동할 열정은 별로 없다. 필자의 변덕방지를 위해 수십의 수강료를 한 번에 지불했으니 필자는 돈이 아까워서라도 레슨을 받으러 간다.


그러다 문득 설거지하는 내 손이 딱해졌다.

뜨거운 물을 아끼겠다고 설거지하느라 차가워진 두 손바닥에 반강제로 공을 치느라 생긴 굳은살이 오돌돌톨 배겨있었기 때문이다. 퇴근 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몸을 질질 끌고 가서 공을 치고 와서, 밥을 두 번 차리고, 또 설거지까지 하고 있는지.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될 것을.

주방세제로 거품 져 있는 내 손바닥을 가만히 만져본다.

너도 애쓴다.


나도 때로는 내 멋대로 살고 싶다.

하루종일 혼자 노트북과 대면하거나, 당신과 함께 갔던 그곳에서 하루종일 책을 들여다보고 싶다. 사랑하는 당신들을 만나해가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잠시 엄마 역할에서, 교사 역할에서, 어른의 역할에서 벗어나 감정에 충실하게 하루정도 살아보고 싶다. 하지만, 조금 어른이 되고 보니, 그 단 하루도. 그 24시간도 허락되지 않는 시간이 도래한다. 어른이라는, 선배교사라는, 엄마라는 이름을 놓을 수 없는 시간에서 결국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설령 그런 시간이 있다고 해도, 아마 그것은 내 과욕이고 결국 후회하게 될 일이 되겠지.


아마 난 멋대로 사는 법을 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설령 안다고 해도 잊어야만 하고.


그래도 오늘을, 내일을 씩씩하게 살아나가야겠지.

당신도 당신들도, 모두 그렇게 살아갈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사소하고 보잘것있는 나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