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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May 17. 2024

사소하고 보잘것있는 나의 이야기

55364의 근황 제3화

1. 3개월만에 '컵'을 가져다 놓았다. 컵을 가져다 놓기 싫었다. 순전히 소심한 어깃장이었던것 같다. 학교에 컵을 가져다 놓으면 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왠지 종이컵을 쓰다가 떠나버릴 이방이이고 싶었던것같다. 손님용 컵을 쓰거나 종이컵을 써왔다. 마치 손님이고 한번쓰고 버려질 종이컵인 존재처럼.


그러다 어느샌가 학교에 컵이 가져가고 싶었다. 친구가 생일선물로 마침 머그를 선물했길래. 냉큼 그 길로 학교에 가져갔다. 그게 그저께의 일이다. 학교에 내 컵이 생겼다. 초록색 데스크와 잘 어울리는 듯 해서 더 마음에 들었다. 나도 이제 학교에 컵이있다니. 난 분명 이 학교에 스며든것이 틀림없다 비록 적응하는데 3개월이 걸렸을 지언정.


사랑하는 친구야 고마워. 종이컵보다 따뜻한 커피를 마실수 있다. 손님용 컵이 아닌 내 컵에.




2. 그러나 여전히 시수는 버겁다.

목요일은 항상 6개의 수업이 있다. 6,7 교시 마지막 두 개의 수업이 관건인데, 바로 담임시간(90년대 C.A)이기 때문이다. 전 학교에서는 부담임이 꼭 한시간을 들어가 주었는데 췟!!! 해도 소용없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기 때문에. 나는 1,2,4,5,6,7교시중 마지막 6,7,교시를 교실에서 불태워야 한다.

어제는 유난히 힘들었는데, 마침 친구가 건네준 커피를 드링킹하며 근근히 버텼다. 녀석들, 자율활동 시간이라고 또 어찌나 활기차던지 30분이 아닌 120분 가량 90데시벨에 노출되었다. 그러나 나는 청력손실이 일어나지 않았고. 시리가 틀렸음을 산채로 증언하였다. 

시수만 조금 적으면, 더 다정한 담임이 되어줄수 있을텐데. 

"나좀 살려줘 질문그만"

"선생님 고만불러줘 기절할것같아"

연달아 감정에 호소했던 나를 이해하렴 아이들아. 진짜 죽을뻔했어. 대신 오늘은 2배로 친절해주지.

오늘은 수업이 4개밖에 없거든...흑흑



3. 그리하여 느는것은 주량뿐.

사실 위의 글과 전혀 무관하다. 그저 새로운 '새로'를 배운탓이다.(증류수는 입에도 못 댔었다.)

1월부터 소소한 모임부터 큰 회식까지 전부 세어보면 열손가락이 넘어가는 듯 하다. (남편은 회식이 아니라 강경히 반박한다. 공식적인 모임만 회식인가 흥) 아무리 바쁜 일상이라도 인생의 헛헛함은 늘 내 그림자 이기에, 아주 가끔씩은 생각없이 약주에 충실한 날도 있다. 안주를 거의 먹지 않는 편이라 오히려 다음날 몸은 가뿐???하다. 알콜이 함께한 날이면 감정의 진폭이 더 커진다.  보고싶은 이들은 알콜의 도수를 곱한것만큼 그립다가도, 미운사람은 비운 잔 의 곱만큼 미워진다. 미안함도, 그리움도, 회한도, 즐거운 기억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회식이있는날의 나만의 원칙이 있다. 절대 핸드폰이 울리기 전엔 핸드폰을 먼저 보지 않는것이다. 어젠 감정의 파동이 쓰나미급이었지만, 원칙 덕분에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훌륭하다 000. 

오랫만에 즐거운 술자리였다. 보고싶은 사람들이 그득그득 함께 해 주었기에.


그리하여 오늘도 평온한 마음으로 새벽루틴을 해나가고. 오늘도 출근하여 좋은 교사가 되기위해 새벽 5시에 신라면을 끓여 먹었다. 아주 개운한 마음으로 출근할 준비도 마치고.

그렇게 오늘도 하루도 소소하지만 행복하게 살아나가려고 한다.

이 글을 보는 그대들의 하루도, 새벽의 신라면처럼 시원하고 칼칼한 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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