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선언.
한 친구 덕분에, 예전에 내가 썼던 글 창고를 발견했다.
6년 전의 글까지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었다.
어찌나 재치 있고 술술 읽히던지. 유머와 해학이 가득한 글들이 한가득이다.
문득,
나는 왜 남색의 글만을 쓰고 있는가. 갑작스럽게 너무 놀랐다.
예전의 재치 있고 해학이 넘치던 나는 어디에 있지? 언제부터 유머 넘치는 나의 스펙트럼이 희미해진 거지?
왜 슬픔에 쉽게 잠식당했으며 왜 스스로 고립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거지?
오늘 나의 글창고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난 여전히 그대로 머물러 살려했을 텐데.
왜 깨달음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올까.
왜 소중한 것들로 둘러 쌓여있음을 매일 감사하며 살지 못한 걸까.
어떤 지점에서 나는 무릎이 꺾였던 것일까.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을.
그래서 말인데.
이번 책의 표지는 남색이지만,
이미 남색이지만.
다음 책의 표지는 흰색에 민트를 섞을 것이다.
유해한 것들을 하나씩 걷어내고, 무해한 것들로 인생을 가득 채워 볼 것이다.
남색 글을 쓰는 일도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이지만
빨간색 노란색 연속스펙트럼의 글을 쓰는 그런 사람이 되겠다.
가끔 흡수스펙트럼이 나타날지언정, 연속스펙트럼을 지향하는 삶을 살아나가야겠다.
오늘 당신들이 나에게 말해주었다
사실 예전부터 말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야 귀가 열렸을 뿐이다.
사랑하는 당신들이 있었기에. 오늘도 난 감사하게도 중요한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슬픔에 잠식되지 말 것. 그렇다고 나의 그늘을 미워하지 말 것. 그늘을 사랑할 만큼의 볕을 더 사랑할 것.
앞으로의 시선을 이야기하되, 지난날의 색안경을 미워하지 말 것.
그리고 매일매일 더 나은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자신을 믿어줄 것.
당장 오늘 이 순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