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을의 미풍이 그리워 선풍기의 미풍을 켰다
가을의 바람에선 너의 냄새가 났는데
무색의 바람은 무심하다.
로봇청소기가 하필 전원버튼을 눌렀다
무색의 바람마저 멈춰버린 밤.
#2
가을의 너는 내게 말했지
나의 오래된 기와가 되고 싶다고
나의 지붕이 양철슬레이트인지 넌 몰랐다.
비가 올 때면 요란한 소리를 내는 내 옥탑방을
너는 미처 몰라봤나 보다
내가 기와집인 줄 알았던 너는.
#3
양철 지붕의 빗소리와 무색의 바람에 문득,
네가 그리워 사랑한다고 말하러 가려 신을 신었다,
습관처럼 돌멩이 몇 개를 발로 차버리고 돌아왔다
사랑한다고 말하러 가려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