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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Jul 12. 2024

여름밤에 너를,

#1

가을의 미풍이 그리워 선풍기의 미풍을 켰다

가을의 바람에선 너의 냄새가 났는데

무색의 바람은 무심하다.

로봇청소기가 하필 전원버튼을 눌렀다

무색의 바람마저 멈춰버린 밤.


#2

가을의 너는 내게 말했지

나의 오래된 기와가 되고 싶다고

나의 지붕이 양철슬레이트인지 넌 몰랐다.

비가 올 때면 요란한 소리를 내는 내 옥탑방을

너는 미처 몰라봤나 보다

내가 기와집인 줄 알았던 너는.


#3

양철 지붕의 빗소리와 무색의 바람에 문득,

네가 그리워 사랑한다고 말하러 가려 신을 신었다,

습관처럼 돌멩이 몇 개를 발로 차버리고 돌아왔다

사랑한다고 말하러 가려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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