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1
그리움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너는.
그런 바보 같은 소리.
건기의 소나기 같은 네가 미웠고.
나는 산책로에 앉아 마냥 소나기를 기다렸다
산책로의 나는 까만 거푸집이 되었다.
불행의 모양을 한 거푸집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차례로 불행의 주물을 받아갔다
소나기가 오지 않음에 감사했다
넌 나에게 주물을 받아갈 수 없으므로
#2
읽지 않은 시집은 쌓였다,
읽지 않을 시집을 사들였다
전하지 못한 그리움이 쌓였다,
전하지 못할 그리움을 가불 했다
쌓여있는 시집을 뛰어넘을 자신이 없다.
이제
그리움으로 충분하다 나 또한.
#3
너는 날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 고백했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았다.
나의 이전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