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과 ㄴ 사이에서 네 이름이 흩어졌다. 30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네 이름을 잃어버린 것이다.
오토바이가 자동차보다 많은 이곳에서 생소한 맛의 커피를 마시며, 너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써봤다.
증발한 너의 이름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사라지는 것은 너의 자유다. 다만 그 주체가 너였을 경우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 그저 이 자리에 있는 것. 네 이름이 헤쳐 모일 때 그 이름을 읽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있는 것.
나는 네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아무리 하찮아도, 현존하지 않는 실체라도,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그것은 축복받은 일이기 때문에.
존재하기에, 아픈 것이고, 존재하기에 사랑할 수 있는 것이며, 존재하기에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이다.
그 모든 흔적들이 감당하기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은 네가 현존함을 반증한다.
이름이 흩어졌다고 해서, 네 아름다움이 흩어진 것은 아니야.
이름이 흩어졌다고 해서, 네가 딛고 있는 땅이 흩어진 것은 아니야.
너는 지금 현현하게 존재한다. 아주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