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글을 쓰지 않으면, 그곳에 갈수 없을것같다.
에세이라고 하기엔 보잘것 없는 글이 될것같아 매거진에 분류조차 하지 않을것이며, 내일까지 잘 버틴다면 글을 삭제할 것이다.
나는 지금 두렵다.
공포는 無知에서 온다고 하였으나, 난 아는것으로부터의 두려움이다.
내가 내일 그 장소에 온전한 내 힘으로 도착하여 일정을 마치고 온전히 집으로 돌아올수 있을까?
오늘 아침 작은 이벤트를 열었다, 또한 두시간의 공개수업을 마치고, 탈곡된 영혼을 쥐어짜내 과학실 감사를 받았다.
조용한 곳에서 생각에 잠기고 싶은 날이었다. 여건이 되지 않았다.
아침부터 최선을 다했다. 다소곳하게 있고싶었음에도, 텐션을 한껏 올려 이벤트를 열었다. 누군가에겐 기쁜 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댈곳이 필요했다. 아니 너에게 위로를 받고싶었다. 그러나 너는 나를 알면서도 확인사살했다.
미안해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알아 네가 나에게 등을 돌릴수 있어. 가장 냉정할때 내리는 결론이 가장 합리적인 거라고 했다. 당신들의 결정을 존중하기로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모르는척을 했다. 난 태연한척 그것을 겨우 넘겼다. 당신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많았으나, 냉정한 결론을 존중하기로 했기에, 복습하고 복습했다.
주먹을 쥐었다. 오늘을 버텨야해. 겨우 2교시 밖에 되지 않았기 떄문에. 남은 시간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앉아있는 22명의 아이들을 두번에 걸쳐 사정없이 사로잡아 공개 수업을 진행해 나갔으며, 수업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선생님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이렇게 발칙하고 에너지넘치는 수업이라니. 감사했다. 그래. 감사했다.
밥이 잘 넘어가질 않았으나 욱여넣었다. 겨우 태양이 머리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억지로, 반찬을 한번 더 퍼담아 먹었다.
오후엔 감사팀을 모시고 과학실을 소개했다. 또한번 태연하게 웃어야했다. 손님께 수선을 떨어가며 커피도 드려야했고 시시콜콜한 농담도 던져야했다. 우리학교가 마냥 따뜻한곳이라는 거짓말도 해야했다. 커피의 크레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크레마에 대해 농담을 했다. 모두들 감사히도 웃어주셨다. 주기적으로 숨을 들이마쉬어야 했다. 의식적으로.
그리고 시동을 걸었다.
손이 떨렸지만 집으로 가야했다. 저녁을 해주지 못할것같아 김밥을 주문했다. 이와중에 김밥집을 검색하고 있는 내가 내가 아닌것같았다. 그리고는 엑셀을 밟았다. 난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음으로. 정작 내가 필요로 하는것은 무엇인지 명확히 알면서도 외면했다. 그래야만했다. 그렇지않으면 모두가 힘들어져.
그래 괜찮아. 유난히 힘든날이있지. 괜찮아.
미친듯이 행복했던 적보다는 이런적이 많았잖아.
그러나
가장두려운것은.
내일의 귀가이다.
연주회에 가야한다. 이유가 불문이다. 8년만의 내한공연이기에 아무리 멀어도 난 갈것이다.
다만, 연주회가 끝난 뒤의 공허함이 날 두렵게한다.
연주회가 끝난 뒤의 차가운 밤공기, 그것을 뚫고 지하철로 내려가는 사람들 틈 사이에서의 호흡. 기차를 타고 내려오며 창문에 비치는 내 모습.
매번 들이닥치는 연주회 후의 공허함과 고독을 난 내일 견뎌낼수 있을까?
그래. 당신들에겐 내가 이상하게 보일 수 도 있어. 난 너를 이해해. 넌 내가 아니니까.
공연장 문을 벌컥 열고 나올때의 외로운 밤냄새를 들이킬수 있을지, 그 숨막히는 공기를 뚫고 지하철역까지 숨어들수 있을지, 아무렇지 않게 1호선을 타고 ktx역으로 올수 있을지, 기차안에서는 눈물을 참을 수 있을지
난 자신이없다.
그럼에도 그곳에 가고자 하는 이유는
그 두려움을 다시한번 확인하고자 함이다.
그게, 내 일부라는 것을 확인하고자 함이다.
고독과 외로움중, 고독을 선택할수 있음을 확인하고자 함이다.
그리고. 나는 결국 나라는 것은, 나는 네가 될수 없다는 것을, 확인사살하기 위함이다.
공연중엔 눈물을 참을수 있을거야. 아름다울테니까.
잘 하면 오는길에도 씩씩하게 올수 있을거야. 내가 나라는건 원래 알고있었잖아. 손해볼것 없어.
가는길은 괜찮아. 태양이 지평선에 걸려있을때 이동하니, 어둡지않아. 두려워하지마.
난. 그저 나야.
변하기 힘든 나. 그게 원래의 나라는것을. 나는. 내일. 마지막으로 확인하러 간다.
내일이 지나면, 나란 인간은 더욱더 나란인간으로 살수 있을것이다.
그래서 내일의 내일이, 내일의 모레가. 두렵지 않을수 있을것같다.
내일이 변함없는 그 귀가길이된다면,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는 반증이니까. 내가 너로 살아보려고 발버둥쳐도 결국은 나는 나라는 사실이니까.
내일이 서늘하게 지나가면, 무엇이든 서늘하게 감내할 것이다.
그게 심장이 만갈래로 찢겨지는 일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