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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Nov 07. 2023

문예창작과 대학원 도전기.

석사파견과 일반대학원의 기로에서

중학교시절 과학경시대회 수상에 고등학교 물리학 지구과학선택. 과학교육과를 졸업한 나는, 딱 떨어지는 학문인 과학과 수학을 사랑했다. 결국 지금도 학교에서 과학과목의 교편을 잡고 있음이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항상 마음속에는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힘이 들 땐 교회에 몰래나가 한두 시간씩 피아노를 쳐댓?으며, 도서관 800번대 색인 앞에서 서성이는 것을 좋아했다. 그림에는 문외한이나, 그저 그림이주는 감정에 대해 곱씹고 되뇌며 그렇게 그림을 알아갔다.


교사에게는 석사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승진에 그것이 쓰임은 물론이고, 석사파견을 나가면 그야말로 둘도 없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석사파견은 교직에서 일하는 대신, 월급을 받고 해당 대학교에서 대학원이나 연구진으로서 활동하는 것인데. 매년 소수의 인원을 뽑기 때문에 공부쟁이들이 꽤 몰린다.

학교정책이나 학교에 대한 교육이야기를 다루는 석사파견은 그것에 참가했다는 것으로도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지원하였다.

당장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써야 하는데. 지난주부터 친구에게 들었던 신랄한 비판의 언어가 내 머릿속을 맴돌아 글을 쓸 수 없었다. 자신이 없었다. 그 사람은 나에게 위선자라고 하였으며, 내 글 또한 위선자가 낳은 위선의 글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이 말은 거의 서론에 불과했다.) 평생 들을 악담을 전부 들었던 나는 며칠 동안 마음이 아팠다. 아, 몇 단어가 사람의 마음을 박살 낼 수도 있구나. 실감했다. 네가 대체 무엇인데.

결국 나도 똑같을까? 왜 사람들은 자신이 날카롭게 벼린 화살을 쏘는 것에 무감각한 걸까. 슬펐다.


그리고 오늘 간신히 출근해 깨달았다. 다행히도 나는 따뜻한 이들에 둘러싸여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위선자에 바보 멍청이일지언정. 내 주변의 이들은 이를 알면서도 혹은 모르는 채로 나를 이해해 준다. 내 글이 비록 위선일지언정, 위선자가 낳은 진심이 담긴 글이니 위선적인 글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누구이든, 나의 글은 진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따뜻한 곳에 사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각설하고

선생님들은 승진과 관련 없는 학과에 진학하는 것을 매우 염려하였고, 어떤 이는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다. 그것들 모두 나에 대한 관심이자 애정이었다. 그래서 오늘 이 새벽이 되도록 3000자 이상의 긴 자기소개서와 서류를 작성할 수 있었으며, 살뜰히 가꾸어 퇴고한 그 글을 이제 업로드하려 한다.


대학원의 문예창작과는 보통 경쟁률이 타 과에 비해 두배정도 된다.

아마 살다 보니 자신이 글쟁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들이 많을 테며, 자신이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것을 늦게라도 깨달은 사람들이 많으리라 예상해 본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학부의 학점이 매우 중요한데, 내가 지원한 대학원은 무려 30퍼센트 이상이 학부 때의 학점이다. 슬프기 짝이 없지만, 다른 곳에서 그 점수를 메꿔야 한다. (대학생 때 내점수를 보고 놀랐다.)


다른 평가요소로는 자기소개서작성, 학업계획서 작성, 학습과정 작성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각각 20~10퍼센트의 만점 영역을 가지고 있다.

1차 서류통과를 앞둔 나는 오랜만에 설렘과 떨림을 함께 느꼈다.

배우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저 흘러나오는 대로 쓰는 글도 좋지만,

정제된 시, 흩뿌려진 소설, 비평, 동화,

그것들에 대한 프레임과 모티프, 그리고 메타포에 대해 배우고 싶다. 그리하여 잘 증류된 증류수처럼, 가꾸고 가꾸어 살뜰히 글을 쓰고 싶다.

그것들을 프로들을 멘토 삼아 성장해 나가고 싶으며, 그저 라이킷을 누르는 곳이 아닌 글쟁이 동료들의 비평과 논평을 직접 듣고 싶어 지원을 하게 되었다.


이러고 떨어지면 어쩌지?

내년에 다시 도전하면 그만이다.


부디 앞으로 좋은 소식을 이곳에 올릴 수 있길.

나의 자소서도 함께 게시할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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