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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Jan 28. 2024

널 닮은 사람을 봤어.

어느 한적한 골목의 구석진 식당이었어.

그녀의 옆모습에 난 숨이 멎었어.

작고 하얀 얼굴, 까맣게 흐르는 머리칼, 익숙한

너의 어깨와 다리의 선에, 너와 같은 배낭에 한참을 너아닌 너를 바라봤지.

어쩜 작은 행동도 하나하나 너와 똑같은지, 여러번 눈을 비볐어.

다리를 꼬았다 내리는 행동이며, 혼자 밥을먹다가 멍하니 턱을 괴고있다거나, 이리저리 파스타를 뒤적거리는 모습까지.


아마 네가 옆에 있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꺼야.

"00야, 저사람좀봐!!! 네 클론 아니야???"

그럼 너는 조그만 입술로 삐죽대며 '장난하냐'며 피식 웃었겠지.

 

문득

너와 오물조물 먹던 누들의 맛이 기억나.

사실 누들의 맛은 기억나지 않는것같아. 너와 이야기를 하느라 네 얼굴만 바라봤거든.

넌 그때 꽤 열정적이었어. 새로운 논문의 주제를 놓고 나와 이야기하는게 즐거웠나봐.

미안해, 그 순간은 그저 네가 내 친구인게 감사해서 네 반짝이는 눈만 보였어.


00야,

네 열정과 따뜻한 마음씨는 여전한지 궁금해.

비록 너와내가 이제 친구가 아니지만, 난 왕왕 네 생각을 하거든.

너와 함께일땐 항상 충만했어. 우리 둘다 꺄르르 하고 넘어가도록 웃고나면, 왜 웃었는지도 생각이 안나는 그런 바보같은 사이.


내가 말이야.

그때 너와 다투고나서 먼저 연락을 했으면 어땠을까. 아니,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아마 그래도 우리의 사이는 달라지는게 없었을꺼야. 어차피 우리는 다른길을 걷고있는 조금 빗나간 교점이있는 직선이었을 뿐이니까.

그 교점에서 널 만난것을 감사해. 잠깐이었지만, 아니 긴시간동안 내 친구로 곁에있어주어 고마웠어.


이제 내 옆자리의 그녀를 그만 봐야겠어. 눈이 마주쳐 버렸지뭐야.


00야, 내 마음을 관통해 간 네가 그리워.

오늘 연락할께. 나와 만나줘.


https://www.youtube.com/watch?v=5iZz1yRfV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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