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다면 모르면 안되는 이것

HSP, 나를 이해하는 새로운 언어

by 한유

MBTI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나의 복잡한 내면

MBTI가 대중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INFJ라는 결과를 받았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내면의 복잡함 때문에 스스로도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은 유형이라는 설명에 어느 정도 안도감을 느꼈다. "아,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깨달음은 분명 위로가 되었지만, 그뿐이었다. MBTI는 나의 성격을 설명해주었을지 모르지만, 이 복잡한 내면과 일상의 고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답은 주지 못했다.


감춰진 고통, 몸으로 표현되는 민감함

여전히 마음속은 복잡했고,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가 급격히 소진되었으며, 원인 모를 신체적 고통도 지속되었다.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아 주저앉아 울었던 날들이 수없이 많았다. 6-7년간 내 직무와 직장생활이 나와 맞는지 끊임없이 의문을 가졌지만, 이미 쌓아온 커리어를 포기할 수도 없어 버티고 또 버텼다. 왜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데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이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한 채 자책하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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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P, 나를 설명하는 새로운 발견

그러던 중 최근에서야 HSP(Highly Sensitive Person, 고도 민감성 개인)라는 용어를 알게 되었다. HSP는 단순히 "예민한 사람"을 넘어, 감각과 감정 모두에 대해 남들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선천적 기질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HSP에 관한 글을 읽어볼수록 MBTI보다 더 정확하게 나를 설명해주는 단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마침내 나를 한 걸음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찾은 것이다.


과학으로 증명된 나의 민감함

HSP를 알게 된 후 관련 자료를 탐독하면서 왜 내 몸이 항상 아프고 힘들었는지, 왜 같은 환경에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지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HSP는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신경구조와 감각 처리 방식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 예를 들어 HSP는 자극 처리 시 인슐라(신체 감각 통합 부위)와 전대상피질(통증 인지 부위)이 과활성화되어, 동일한 자극을 일반인보다 2배 강하게 통증으로 인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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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책에서 자기수용으로, 그리고 회복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아... 내 잘못이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언제나 이 모든 힘듦이 내 성격 탓이라고 자책해왔기 때문이다. 약간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일종의 구원받은 느낌이었다. 이것은 모든 것을 뇌 구조의 탓으로 돌리며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기쁨이었다.


HSP의 목소리가 되기로 한 결심

이후 나는 인스타툰에서 HSP에 대한 이야기를 시리즈로 연재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HSP라서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HSP가 왜 일반인보다 세상을 다르게 경험하는지 알리고 싶었다. 나와 같은 HSP들에게 "당신의 성격 문제가 아니에요", "자책하지 마세요"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복과 자기돌봄의 방법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세상을 경험한다. HSP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본 나의 세계는 더 이상 부족하거나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첫걸음이 된다.


예민함을 강점으로 바꿔가는 여정, 인스타에서도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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