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는 아름다웠다. 새하얀 소금 위, 빗물에 비친 하늘.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 드는 눈부신 풍경이었다. 여기서 우유니만큼 빛나는 사람들을 만났다. 덕분에 우유니를 더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유니로 가는 여정은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에서 시작되었다. 고산지대라 케이블카를 대중교통으로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인 도시였다.
밤 9시 45분에 출발하는 야간버스를 타고 우유니로 출발했다. 생애 첫 야간버스에 올라타고 두툼한 이불과 간식을 받으니 신이 났다. 다음날 아침 7시가 넘어 우유니에 도착했다.
원래 우유니가 있었던 곳은 바다였다. 어느 날, 태평양 동쪽에 있는 나즈카 판과 남미 대륙판이 부딪힌다. 그러면서 지구에서 가장 긴 산맥인 안데스 산맥이 생겼고, 솟아오른 바다가 건조한 기후에 증발되면서 소금사막이 되었다고 한다.
우기의 우유니는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 된다.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거울 위에 테이블을 펴고 점심 식사를 했다. 그리고 “어디에서 오셨어요?”라는 질문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크리스티안은 볼리비아 사람이다. 원래는 광산에서 통역을 하는 일을 하다가, 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크리스티안, 프랑스어 강좌를 개설했어요. 크리스티안이 맡아주세요.”
“저는 프랑스어를 못하는데요?”
“여기 있는 사람 아무도 프랑스어 못해요. 3주 줄 테니까 공부해서 가르치세요.”
알고 보니 대학 입학생들이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무작정 프랑스어 수업을 개설한 것이었다. 크리스티안은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3주 후부터 진짜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성장을 위해서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다는 믿음, 배우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견뎌내는 힘, 그리고 충분히 반복한 행동.
시작은 ‘나는 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는 마인드셋이다. 이러한 믿음이 없다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행동이 없다면 성장도 없다. 의지를 가지고 막상 배우기 시작하면, 어렵고, 잘 늘지도 않는 것 같고,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하는 자기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이것을 이겨내고 하던 일을 계속하면 잘하게 된다.
크리스티안은 정석대로 3가지 단계를 수행했고, 3주 만에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될 수 있었다. 앞으로 나에게 챌린지가 주어질 때 크리스티안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저녁이 되며 하늘의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떨어진다. 우유니의 빗물에 비쳐 태양이 두 개가 되었다가, 하나로 합쳐졌다가, 이내 사라진다.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동행들과 와인을 마셨다. 내 옆에는 영국에서 대학교를 마치고 1년간 갭이어로 여행을 떠난 두 친구들이 있었다. 노을이 아름다워 눈물을 흘리는 그들을 보고 부러웠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동할 수 있는 마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용기.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감정 절제가 미덕이라고 배우며 자랐다. 엄마는 내가 아기였을 때 예방주사를 맞으러 갔는데 울지 않았다는 얘기를 칭찬처럼 들려주었다. 어른이 된 후, 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감정 관리를 잘하냐고 물었다. 사실 나는 감정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어떻게 충분히 느끼는지를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언젠가, 이 친구들처럼 아름다운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노을을 바라보던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말했다.
”Thank you.”
“I didn’t do anything.”
왜 고맙다고 했는지 다 알 수는 없었지만, 그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많은 사람들은 어디에 가는가 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가는가라고 했다. 좋아하던 미드에서 성공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려는 여자에게 남자는 성공했을 때 기쁨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했다. 우유니의 노을을 바라보던 나. 그 옆에 노을을 배경으로 소중한 사람을 바라보던 사람들을 보며 인생을 살며 사랑하고 사랑을 받는 것은 중요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번 떠올린다.
우유니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간식과 건조한 사막 기후를 이겨낼 수 있는 가습용 마스크를 주었다. 한국인의 정. 남은 여정동안 나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정을 나눠줄 수 있도록 작은 선물들을 챙겨 다녀야겠다.
초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우유니, 그만큼 빛나는 사람들. 모두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