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의 힘 | 태국 방콕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한 공간은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작은 디테일에 숨겨놓은 전통과 문화는 기획자의 정성과 격을 보여준다.
시암 켐핀스키 호텔
이런 면에서 시암 켐핀스키 호텔은 특별한 곳이다.
시암 켐핀스키 호텔은 태국 왕실의 거처를 호텔로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큰 연꽃 연못이 있어 ‘연꽃 연못 왕궁’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리던 이곳은 1800년대부터 2010년까지 태국 왕족의 거처였다. 호텔이 건축되기 직전에는 현재 태국 국왕의 여동생인 마하 차크리 시린톤 공주가 거주했다고 한다.
시린톤 공주는 태국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인물이다. 그녀는 전국 학력고사에서 초등학교 때 1위, 고등학교 때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고, 성인이 된 후에는 왕실 업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소외 계층 교육과 친환경 농촌 개발, 과학 기술과 태국 예술 발전에 힘쓰며 서민을 돌보는 활동을 펼쳐, '천사 공주'라는 애칭을 얻으며 국민적인 신뢰를 받아왔다.
시암 켐핀스키 호텔은 연꽃 연못의 평안함과 태국 왕실의 우아함을 현대적으로 재현하고 있었다. 로비의 연못 조형물은 실제 왕궁터를 본떠서 만들었고, 객실 내의 연꽃 사진은 평온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다. 시암 켐핀스키 호텔은 과거와 현재를 아름답게 연결시키며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플라타피안 (Pla Ta Pian)
호텔 침대 맡에는 플라타피안이라 불리는 귀여운 나무 공예품과 함께 카드가 놓여있었다.
“시암 켐핀스키 호텔 방콕은 농촌 커뮤니티를 성장시키는 왕립 재단의 목표를 지원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시리킷 왕비의 후원으로 태국의 전통과 문화생활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플라타피안은 번영과 풍요를 상징하는 태국 전통 공예품으로써, 아유타야 지방에서 야자 잎을 사용하여 제작되고 있습니다. 재사용하고 싶은 수건은 걸어두시기 바랍니다. 침대 린넨은 이틀에 한 번씩 교체됩니다. 매일 교체하고 싶다면 플라타피안을 침대 위에 올려주세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저희의 비전에 친절하게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플라타피안은 야자잎으로 만드는 잉어 모양의 모빌이다. 태국 사람들은 잉어를 풍요와 번영의 상징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잉어 모양의 공예품을 만들었고, 아기의 건강과 번영을 축복하기 위해 아기 침대 위에 모빌로 걸어두었다고 한다.
게스트의 번영을 기원하며 침대 머리맡에 둔 이 전통 모빌은 친환경적으로 제작된 공예품으로, 호텔의 친환경 정책과 잘 맞아떨어져 무척 신선하고 기품 있게 느껴졌다.
Uncle Tu
방콕에는 70대 중반의 Tu 아저씨 (Uncle Tu)가 5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노점이 있다. 이곳에서는 팟 끄라파오(Pad Kra Pao)라고 불리는 바질 돼지고기 볶음밥을 10바트에 팔고 있다. 한화로는 단돈 375원이다.
팟 끄라파오는 태국의 국민 음식으로, 간장에 볶은 돼지고기의 식감과 바질의 향긋한 향이 조화롭다. 그리고 밥 위에 올려진 계란 한 알은 고소함을 더해준다.
Tu 아저씨는 예전에 호텔에서 웨이터로 일하면서 호텔 셰프들의 요리 방법을 자세히 관찰했다고 한다. 그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레시피로 이 식당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5년 동안 가격을 10바트로 유지했는데, 아저씨는 본인이 여기서 요리를 계속하는 한 가격을 바꾸지 않을 생각이라고 하셨다. 아저씨의 목표는 단 하나, 가족 같은 손님들에게 맛있고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방콕의 열기 속에서 열정 가득한 Tu 아저씨가 요리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주소: 81 Somdet Chao Phraya Road, Somdet Chao Phraya, Khlong San, Bangkok 10600
영업시간: 매일 6PM-10PM
카놈 브앙 (Khanom Bueang)
카놈 브앙은 태국의 전통 디저트로, 1300년대 아유타야 시대부터 이어져 온 간식이다. 처음에는 왕실이나 귀족을 위한 고급 디저트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에게 널리 퍼지게 되었다. 얇은 팬케이크에 머랭과 잘게 다진 코코넛, 그리고 달콤하거나 짠 토핑을 넣어 만든다.
카놈 브앙은 태국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길거리 음식이다.
Wat Arun Khanom Bueang은 3대에 걸쳐 운영되는 작은 가게로, 친절한 미소와 맛있는 디저트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주소: 101 133 Thanon Wang Doem, Wat Arun, Bangkok Yai, Bangkok 10600
영업시간: 화요일-일요일 1:30 PM-10PM
빡크롱딸랏 (Pak Khlong Talat)
빡크롱딸랏은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방콕에서 가장 큰 규모의 꽃 시장이다. 약 1km의 거리를 따라 색색의 꽃과 식물을 판매하는 좌판이 빼곡하게 모여있었다. 이 시장은 1700년대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곳으로, 처음에는 차오프라야 강에 인접한 수상 시장으로 시작했으나 점차 꽃 시장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새벽 3시 경이 이때 태국 곳곳에서 꽃을 실은 보트와 트럭들이 도착하는 가장 바쁜 시간이라고 한다. 나는 밤 9시쯤에 방문했는데, 새벽 도매 거래를 준비하는 상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9번째 방콕 방문이었는데, 방콕은 얼마나 방문해도 새로운 역사와 문화를 발견할 수 있는 다채로운 곳이다. 화려한 관광 명소 뒤에 숨겨진, 소소한 공간들에서 발견한 다양한 이야기들 덕분에 즐거운 여행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