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지칠 때면 내가 꺼내보는 만화가 있다. 하나는 요리만화 <녹풍당의 사계절>이고 또 하나는 순정만화 <스킵과 로퍼>다. 녹풍당의 경우는 처음 읽은 순간부터 내 마음속에 방을 만들었다. 그들이 운영하는 녹풍당은, 차원을 넘어서 나에게 다정함과 따뜻함을 전달해 준다.
스킵과 로퍼는 처음에는 좋아하지 않았다가 다시 읽고 나서 좋아하게 된 작품이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을 고르라면 역시... 주인공인 미츠미의 강인함이다. 넘어져도 금방 일어나는 미츠미, 잘못한 일을 만회하려는 미츠미, 결국 회피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부딪히는 모습까지. 정말이지 사랑스러워야 한다는 순정만화 주인공의 법칙에 미츠미만 한 인물이 있었나 고민될 정도다. -언젠가 미츠미의 강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와 관련해서 작가가 말한 게 있다. 어른이 된 독자들이 만화캐릭터에게 자신을 대입해 보고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자기가 나쁜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그런 선함은 작품에도 그대로 담겨있었고 나도 울고 말았다.
좋은 이야기는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좋은 사람 한 명 이름을 외우는 미츠미도, 그런 미츠미를 부럽다고 생각하는 에가시라도, 우울한 친구를 위해 한 시간을 달려오는 유즈도, 과거에 상처받은 나오고모도....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는 인물들에게 설득되어 버려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이해하고 싶어지는 내가 있었다.
독자들의 마음에 인물의 삶을 남길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작가의 기쁨이 아닐까. 이야기를 사랑해서 그 인물의 행동이나 생각을 이해하고 싶어 지게 만드는 게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번거롭지 않게 만든다는 게 이야기의 매력이다.
녹풍당의 장인 츠바키는 제과를 만드는 게 자신의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세상은 그저 다정하고 포근하기만 하다. 츠바키의 세상은 나에게 제대로 닿고 있다.
이야기에 위로받고 눈물 흘릴 때마다 생각한다. 나도 저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결국 내가 되고 싶은 건 소설가가 아니라 이야기꾼인 것 같다. 나도 누군가의 세상에 이야기로 스며들고 싶다. 내가 보여주는 세상이 누군가에게 구원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힘들 때 기댈 수 있고 지칠 때 포기하지 않는 원천이 되면 좋겠다.
내가 세상을 사랑하는 만큼 사람들이 사랑받고 사랑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