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주변 지인들에게 이런 얘길 한다
‘ 우리가 죽고 한참 나중이 되면 역사 속에선 아마 우리가 살았던 이 시기가 격변의 시간으로
기록될 거야.. ‘
이런 얘길 하면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한다.
‘ 조선시대에도 고려시대에도 다 자기가 사는 세상은 빨리 변한다 생각했을걸 뭐...’
그럴지도...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내 생각일 뿐이니 그냥 그렇다 치자.
자 그럼 내가 살아오면서 뭐가 얼마나 변했는지 얘기해 볼까?
내 나이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만한 거.. 컴퓨터!!
그래 봤자 직업이 글을 쓰는 거다 보니 거창한 무슨 프로그램들 얘기가 아니라 그냥 한글작성의 변천사 같은 정도가 되겠지만 지난 25년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돌아보다 내가 깜짝 놀랐다면? 이건 절대 과장이 아니다. 완전히 내 기준에서지만 말이다.
내가 컴퓨터란 걸 처음 접한 건 대학 4학년 때였다. 외국에서 막 학위를 마치고 강의를 시작한 전공 교수님이 리포트를 컴퓨터로 작성해 출력하고 디스켓과 함께 제출하라고 했던 것이다. 나와 우리 과 동기들 대부분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즈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은 컴퓨터 비슷한 거라 접해본 건 학교 앞 오락실 테트리스 기계 정도가 전부였으니까... 그때부터 다들 학교 앞 복사가게에 돈 주고 맡길 것인가 아님 이공계 지인들의 도움을 받을 것인가 방법들을 찾아 나섰던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 디스켓이란 것도 손바닥만큼 큰 네모진 것에 가운데 도넛처럼 구멍 난 거였는데 그걸 무슨 신줏단지 모시 듯 들고 다녔었다. 난 당시 이과계열 전공을 하는 친구네 집에 가서 밤을 새우며 내가 손으로 써주면 친구가 대신 타이핑을 해줘 리포트를 제출했었다. 그런데 그건 그걸로 그냥 끝이었다. 내가 또 컴퓨터를 만질 일은 대학 졸업 때까지 없었으므로...
그러던 나에게 컴퓨터가 정복해야 할 산으로 다가온 건 졸업을 앞두고 시작한 아르바이트 때문이었다. 당시 난 이곳저곳 취직 시험에서 떨어지며 취업 재수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과방에서 만난 후배가 방송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같이 하겠냔 제의를 해왔다.
자료조사와 잡일을 하는 거라고 했다. ‘ 그래 일단 서너 달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재수를 하자’
결심하고 아무것도 모른 채 아무 생각 없이 발을 디딘 곳. 거기가 막 생긴 스브스 방송국이었다. 당시 나 같은 사람에게 방송은 그냥 kbs와 mbc 뿐이었다. 그런데 sbs라는 새로운 방송이 생겼다니 신기하다는 맘 하나로 그냥 시작한 일. 그런데 방송국 그곳에 컴퓨터가 있었다.
내가 보기론 쓰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태로 놓여있었지만 아무튼 사무실 한구석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 기계가 쓰이는 일은 일주일에 단 한번. 방송 전날 메인 작가가 손으로 쓴
원고를 가져오면 그 밑에 작가가 그 원고를 다시 컴퓨터로 쳐서 출력하고 mc와 스텝들에게
카피해서 돌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프린터가 또 요즘의 것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A4용지 같은 게 아니었고, 무슨 전산용지 같은 게 줄줄 나오면 점선에 맞춰 좍 뜯는 시스템.
그걸 복사기에 넣어 A4용지로 카피해야 했던 거다. 그런데 어느 날 나에게 원고를 컴퓨터로 다시 옮기는 작업이 맡겨졌고, 그나마 젊은 피인 내가 학교에서 리포트 쓸 때 딱 한번 구경했단 경력을 무기 삼아 그야말로 피아노 배우듯 자판을 보며 독수리 타법을 시작했다.
당시 컴퓨터는 윈도우도 없었고, 한컴오피스도 없었다. 그냥 파란 바탕에 커서가 깜빡이면 명령어를 일일이 쳐야 했다면 지금 아이들은 그게 머릿속으로 상상이나 될까?
아무튼 그렇게 컴퓨터에 손을 댈 수 있게 된 것 만으로 마치 대단한 커리어 우먼이라도 된듯한
착각이 들 무렵 내게 컴퓨터가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를 실감 나게 하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다음 이야기는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