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울증
2. 파트너의 민·형사 고소
3. 입금 체불
4. 세무서 압박
5. 끝없는 독촉전화
6. 나의 장점이 단점으로 돌아오는 충고
7. 직원 및 파트너들의 이탈과 등 돌림
8. 신용불량자 전락
9. 주변인(지인·가족)에게 손 벌리게 됨
10. 주변의 실망과 거리감
사업이 망할 때 내가 겪게 되는 끔찍한 과정과 내가 겪었던 경험에 대해서 공유를 하고자 한다.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사업에서 패배를 하게 되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일어나는지를 다시 상기하고, '지지 않는 사업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 스스로 각인하기 위해서다.
사업이 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출 저조, 장사 부진, 영업 실패뿐 아니라, 장부상 이익이 나는데도 망하는 '흑자부도'라는 것도 있다. 사기, 파트너의 배신, 횡령, 받을 돈 못 받고, 줄 돈은 주고 등 온갖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나는 투자사기, 매출 저조, 파트너의 횡령, 측근의 배신까지 모두 겪었다. 수억에서 수십억 단위의 경험이다.
장사가 안 돼서 망한 적도 있고, 받을 돈을 못 받아서, 줄 돈은 주고도 결국 감당하지 못해서 무너졌다.
처음 무너진 건 법적 외부 요인이었다. 단통법이라는 법 개정으로 내가 운영하던 36개 통신매장이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100개 매장으로 확장해서, 그 기반 위에 핸드폰 액세서리 제조 유통업까지 연계하려고 했다.
그 당시엔 오프라인 매장을 동네 장사처럼 여러 개 하면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지만, 그때는 100개 납품처를 확보해 전국과 해외로 수출하려는 계획이었다. 목표는 100억을 넘어 1,000억 매출이었다.
사실 1,000억이라는 숫자에 실체적인 의미는 없었다. 그냥 멋있었고, 그 규모라면 내가 꾸는 인생의 꿈이 현실이 될 것 같았다. 시장이 좋을 때는 36개 매장에서 수익이 났다. 하지만 시장이 얼어붙자 동시에 36개 지점에서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가장 무서운 건, 이 끝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며 임대료, 급여, 대출 이자, 생활비가 나간다. 과거 잘될 때 들어놨던 보험, 적금도 100만 원, 200만 원이 버겁다. 이미 부풀어오를 대로 부풀어 오른 고정비는 줄이기 어렵다.
나는 비용을 줄이기보다 더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숨이 턱 막혔다. 급여날이 오는 게 무섭다. 하루도 빠짐없이 월세가 나가고, 수익은 없다. 중소기업에선 상상할 수 없는 극도의 공포다.
그날을 잊지 못한다.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직원들 얼굴을 보고 ‘아, 망했다’는 걸 직감했다. 그런데도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금방 회복될 거야.”
그 말은 직원들에게 한 말이 아니라, 나 자신을 속이기 위한 말이었다. 이후 나는 번개처럼 새로운 사업을 찾았고, 기존 사업의 적자를 메꾸기 위해 또 다른 사업에 투자했다. 그리고 동시에 기존 사업도 정리했다. 시간이 없었다. 매달 감당할 수 없는 적자가 났다.
이렇게 반복하다가 고스톱 1,000원 판에서 10,000원 판으로 키우듯,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게 된다.
이런 마음으로 투자를 받아오기 시작했고,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에 갇혔다. 가족, 지인, 은행, 기관에서 모든 돈을 끌어왔다. 하지만 결국급여, 거래처, 임대료를 모두 못 지켰고 부도가 났다. 말 그대로 폭삭 망했다.
신용불량자가 됐다. 대기업과의 거래로 인해 와이프, 장모님까지 연대보증이 들어간 상태였다. 지금은 정책자금에 대표 연대보증이 없지만, 당시엔 그게 다 들어갔다. 거래처, 급여, 가족, 투자금까지 합산하면 60억 원이 넘었다. 감당할 수 없었다. 빨간딱지가 집에 붙었다. 가족 전원이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해있다.
직원들 급여는 체불됐고, 노동청에서 전화가 왔다. 조사를 받는다. 합의를 보지 않으면 전과가 생긴다. 하지만 합의할 여력이 없다. 나도 급여를 너무 주고 싶은데, 정말 돈이 없다. 그래도 다행히 그 당시 ‘체당금’이라는 제도로 일부 해결은 했다.
몇 년간 함께했던 직원 중 한 명이 내게 사업 충고를 한다. 20살부터 우리 회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직원에게서. “그때 그렇게 했어야죠.” “이렇게 했으면 안 됐죠.” 등의 충고를 듣는다.
자존심은 바닥을 뚫고 내려간다. 하지만 나는 이미 지쳐서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원망을 듣는다. 파트너들이 나를 고소한다. 그중엔 정말 가까웠던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이제 사기꾼이 되었다. 사업이 잘될 땐 추진력이 좋다, 확장력이 좋다고 하던 사람들. 이제는 “너무 무리했다”, “성격이 급하다”, “혼자 다 하려고 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독촉전화가 온다. 불면증에 빠진다. 수면 없이는 잠을 잘 수 없다. 생각이 생각을 꼬리를 물며 우울증이 찾아온다. 공황장애가 시작된다.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끝없이 날아온다.
“돈 언제 갚을 거야?”
“밀린 임대료 언제 낼 거야?”
“미지급 대금은?”
핸드폰을 보는 게 무섭다. 문자, 카톡, 부재중 전화… 독촉전화 때문에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새롭게 뭔가를 시작하려고 해도, 독촉과 해결 압박이 나를 짓누른다. 전화 안 받는다고 또 욕을 먹는다.
“망한 놈이 욕먹는 건 당연한 거 아냐?” 숨이 막힌다. 정말로.
경찰 조사가 시작된다. 세금, 노동청, 금융기관 대응. 그리고 당장 생계를 위한 준비까지 혼자 다 해야 한다.
변호사 비용도 없다. 모든 서류와 자금 사용 증빙을 내가 다 해야 했다. 차라리 몇 년 감옥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생활고는 심각했다.
매일 욕을 먹고, 뭘 해도 안 되니까 자존감이 완전히 무너진다.
나는 이제, 다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이 든다. 삶도, 사업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무기력함이 하늘을 찌른다.
이런 지옥같은 경험 뒤에 나는 뒤늦게 ' 지지 않는 사업 구조'란 생각하게 되었고 이 경험을 토대로 사업을 하는 사업가들에게 나와 같은 실수를 겪지 않게 할 메시지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