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러 나라의 산이나 바다, 호수ㆍ강 등 경승 지지(景勝之地)에 대한 정보는 여행 답사기 등을 통해 비교적 접할 기회가 많지만,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바다에 대하여는 국민들의 관심이 좀 덜 한 것 같아, 충청남도에 위치한두 개의 만(灣)에 대한 역사와 앞으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을 접하는 많은 국민이 바다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공감하고 공유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충청남도 '천수만'(淺水灣)과 '가로림만'(加露林灣)은 역사의 바다이자, 눈물과 아픔의 바다요, 철저히 소외되고 외면받아 온바다이다. 수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아픔을 오롯이간직한채두 개의 만(灣, 바다)은자연의 섭리에 따라 스물네 시간들어왔다 나가기를 쉼 없이 반복한다.
대한민국지형도가바뀔 만큼드넓은 면적이대단위 농경지로 바뀐 [천수만 간척지]와 또 다른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예정지역이었던 곳]이다.
35년간(1962~1996년)의 경제개발(경제 사회발전) 5개년 계획은 1970년 7월 경부고속도로 개통 등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큰 원동력이었던 것만은 분명한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충청남도 서해안은 수도권과 인접하고, “조석간만의 차와, 리아스식 해안”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바다를 메워(간척) 토지(농토)와 수(물) 자원을 확보하는데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임에는 틀림없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천수만"으로, 홍성~서산~태안을 잇는 「서산 AB지구 방조제」 축조로 육지화된 방조제 내측의 2개 간척지와 2개의 인공호수(간월ㆍ부남호), 그리고 「보령ㆍ홍성 방조제」 축조로육지로 변한 방조제 외측의 또 다른 2개 간척지와 2개의 인공호수(보령ㆍ홍성호)다.
그 밖에도 삽교ㆍ아산ㆍ대호호 등 대단위 간척지와 인공담수호가 각 3곳이나 더 있으며, 대규모 임해공단(대산)과 4곳의 화력발전소 건설(태안ㆍ보령ㆍ서천ㆍ당진) 등으로 충청남도 서해안의 에메랄드 빛 바다와 갯벌, 무한한 해양수산자원이 간척 매립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렇지만, "가로림만" 만큼은,수년간에 걸친주민들의 피와 땀과노력의 결실이었을까?조력발전소 건설계획 백지화를이끌어 냈다는 사실이다.지금은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전ㆍ관리되고 있어 얼마나다행스러운일인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일련의 이 모든 일들은 충청남도의 바다가 태생부터 도민에게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여건으로 태어나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수억 년 동안 자연의 섭리(햇볕과 눈ㆍ비ㆍ바람, 태풍, 조수간만의 차)가 만들어 낸 바다는,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있으며, 갯벌과 다양한 수산동식물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긴요한 단백질 공급원(40% 차지)이자, 외화획득의 효자품목(김, 굴, 꽃게, 전복, 해삼, 바지락 등 수출)이 생산되는 황금의 땅으로 이들 또한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국토면적의 2.5%를 차지하는 갯벌의 ‘경제적 가치’ 또한 연간 16조 원(충청남도서해안은 약 2조 2천억 원) 이상이며, ‘기능별 가치’는 수산물 생산과 서식지 및 여가 제공, 오염물질 정화, 재해방지(자연방파제 역할), 홍수 및 태풍 조절(갯벌), 심미적등 산업적ㆍ경제적 기능과 해양생물ㆍ광물ㆍ에너지ㆍ공간자원의 보고라는 것을 얼마나 많은 국민이 알고 있을까?
나는 평소에 바다를 '무한한 사료창고이자, 에너지 원'이라고 말한다. 수천수만 종의 바닷속 동식물들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바다, 국민의 삶의터전이기도 한 바다는 기르고ㆍ잡고ㆍ긁고 세상에 바다만큼 풍요로운 곳간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 ‘아픔의 바다’(천수만)를 '치유의 바다’로…
”천수만"은, 『태안과 홍성군, 서산과 보령시 등 4 개시ㆍ군에 둘러싸인 “ㄷ”자 형태로 호수와 같아 ‘하늘이 내려준 바다’라고 한다. 예로부터 ‘대하와 꽃게’의 산란장으로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로 ‘김 양식’을 시작(1933년)하여 일본 등지로 수출을 통한 외화를 벌어들인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은 서산 AB지구 방조제(7,686m/ 1980년 5월 착공, 1982년 10월 B지구, 1984년 3월 A지구 체절 - 초대형 유조선을 이용한 최종 물막이 공사는 '정주영 공법'으로 유명)를 중심으로
남쪽은 바다(천수만)로 어선어업과 양식업(바지락, 굴, 가두리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북쪽은 육지로 간척농지(논)와 인공호수(담수호)로 조성(아래 도면 참조)되어 있다.
총 매립면적은 1만 5,409 헥타(A지구 9,626/ B지구 5,783)로 그 안에 1만 121 헥타의 농지(A지구 6,376/ B지구 3,745)와 4,295 헥타의 담수호 2개(간월호 2,733, 부남호 1,562)가 있으며, 크기는 여의도 면적의 40배에 달해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은 국민 50만 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량이라고 한다.
서산 A지구 최종 물막이 공사
천수만 내 조성된 담수호(4곳)는 물막이 공사 후 수 십 년 동안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생활하수와 축산 오ㆍ폐수, 농약, 철새 배설물의 유입 등으로 수산양식과 농업용 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6등급 수질로 변했다고 한다. 수질개선사업과 환경정화시설을 병행하고 있지만, 날로 악화되는 수질과 저층엔 쌓인 퇴적물 수거(처리)는 끝도 없어 보인다.
다행히도 전국 지자체에서는 최초로 충청남도가 담수호 중 한 곳을 해수를 유통시켜 바다로 복원시키겠다는 “역 간척”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늦었지만 실현 가능성에국민적 관심이 크다.
그 첫 사업대상지로는 부석면 창리~남면 당암리로 연결된 [‘서산 B지구(부남호)]로 기본 및 실시설계, 관련법 제정 등을 거쳐 2027년까지 2,971억 원을 들여 추진하겠다고한다. 1,228m의 방조제를 절개하여 해수유통 터널(상부는 도로)과 통선문을 설치해 어선도 드나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니, 이 사업이 실현되면 충청남도는 분명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실제 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 지난 1982년 충청남도태안군 안면읍 황도리(유인도서)와 안면읍 창기리(육지)를 통행하는 연결도로를 체절 하였으나, 제방 주변에 모래와 펄이 쌓이고 해수 유속이 떨어져 패류 등 수산동식물 서식지가 황폐화되어 기존 제방을 허물고 연륙교(황도교, 300m)로 대체(2011년 12월 개통)하자 물 흐름이 트이면서 갯벌이 살아나고, 패류와 각종 어류가 돌아왔다고 한다.
이 작은 사업이 어쩌면 「서해안 역간척 시작」의 촉발 요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경기도 ’ 시화호’ 역시 1994년도 방조제 축조 후 죽음의 호수라고 불렸지만, 국가가 2009년에 연륙교(조력발전소)화 하자 지금은 수질이 많이 개선되어 생태계가 살아났다고 한다.
충청남도의 부남호 역 간척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20세기가 ‘개발(농토 확보와 쌀 생산)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자연과 함께하는 시대’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것이다.
법 제정과 담수호 내 퇴적물 처리ㆍ수질정화 등을 위한 난관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천수만이 더 이상 “아픔의 바다”가 아닌 “치유의 바다”로 탈바꿈될 수 있도록 추진되기를 소망한다. ( - Ⅱ에서 이어집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