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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한중 Oct 30. 2020

고단한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

우리 고유의 차도 좋다.


정말 맛있다. 진한 커피 향의 검은 액체가 입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순간 어쩌면 이렇게 코끝을 스치는 향과 달콤한 맛을 풍길 수 있을까? 어떻게 이처럼 쓰면서도 단맛과 신맛을 온몸에 선사할까?


세계 3위의 매출액에, 원두 수입 6위의 국가 대한민국, 20세 이상 성인이 1년 동안 마시는 커피량은 353잔(현대 경제연구원, ’ 19.8월)으로 세계 평균의 2.7배라고 하니, 음료 1순위 ‘커피’는 어느새 우리에게 ‘국민친구’이자, ‘국민음료’가 되어버렸다. 전 세계 77억 인구가 하루에 30억 잔을 소비한다고 하니 커피는 단연 글로벌 기호식품이기도 하다.    



 

커피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건 조선시대(고종)라고 하니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쯤 되는 것 같다. 도시의 중심가, 뒷골목, 주택가, 아파트 단지, 바닷가, 산속, 강가 어느 곳이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카페(커피전문점)다. 2009년 2만 7000여 곳이던 것이, 2017년 9만 1000여 곳으로 급속히 늘더니, 지금은 셋집 건너 한집이 카페일 정도로 전국에서 10만여 곳(전문점+다방 등)이 운영 중이라고 하니 ‘카페 천국, 커피 천국’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하지만, 10곳 중 1곳은 영업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폐업한다고 한다.


더 아이러니한 건, 코로나 확산 등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데도 카페 창업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었다고 하니 믿기지 않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어느 곳이든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만 있다면 그 또한 고맙고 감사한 일일 것이다.    




이제 카페는 국민에게 커피가 아닌 ‘공간(空間)과 문화(文化)’를 함께 제공하는 곳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실제로 태블릿 PC나 노트북으로 강의를 시청하거나, 영화감상, 시험공부를 하는 ‘카공족‘뿐만 아니라, 업무를 보는 ’ 코피스족‘(커피+오피스)에 이어, ’ 촬영족‘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경쟁도 치열해 넓은 공간과 각양각색의 인테리어, 다양한 브랜드, 맛과 전망은 물론, 콘센트와 스탠드, 칸막이 좌석, 와이파이까지 제공되는 곳이 많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니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과 인센티브는 정말 크다. 이탈리아에서는 출근길에 단골 바(Bar)에 들러 커피(에스프레소)를 마신다고 한다.


커피 뽑는 시간이 아주 짧아 ’ 빠르다(Espresso)'란 이름이 붙은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를 큰 잔에 뽑아 뜨겁게 가열한 거품 우유를 부어주는 것인데 놀랍게도 이 한잔이 아침 식사대용이라고 한다. 또 카페 소스페소는 두 잔 값을 내고 한 잔만 마시는 자선(慈善) 행위로 나폴리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 기부 커피는 가난한 사람에게 공짜로 한 잔 제공해 주라는 뜻이며 이런 '기부 행위가 복(福)을 가져다준다'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처음에는 양촌 커피(1회용 믹스)만 즐겼었다. ‘저 많은 양(약 350㎖)의 쓰디쓴 커피를 어떻게 한자리에서 마실 수 있을까?’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거뜬히 마신다. 커피의 독특한 향과 분위기가 휘겔 리(Hyggelig)하기도 하지만, 커피 한잔의 가치는 친구 같은 존재이자, 그 이상인 것 같아 한 달에 절반은 카페를 찾는 것 같다. 심지어는 강원도와 제주도까지 카페 투어를 할 정도니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열정이다.


주로 라테를 찾는데 한잔 가득 예쁜 그림이 그려져 나오면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기도 한다. 주문량도 숏(Short, 237㎖)은 적고, 그란데(Grande, 473㎖)나 벤티(Venti, 591㎖)는 많아, 주로 톨(Tall, 355㎖)을 이용하는데 하루 1잔이면 넉넉하다.    

  

국내 커피시장 규모 또한 우리나라에서만 연 11조 원(전문점 7만 곳)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다국적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64개국에 2만 3,187개의 매점(대한민국 1,378개, 연 1조 8천700억 원 매출)을 가지고 있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5월 우리나라에서 선을 보인 또 다른 커피 브랜드는 커피계의 애플이라 불리면서 ‘커알못’도 먹어봐야 하는 스페셜 티 전문매장으로 개점 당시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2~3시간 줄을 서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하니 커피의 속성(屬性)인지 아무튼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는 각 지방마다 지역특성을 살린 카페거리를 ‘우리 동네 골목카페, 신도시 핫 플레이스, 자연 속 카페거리’등으로 나누어 여행 시에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대한민국 어딜 가도 뷰(View) 좋고, 자연과 함께 힐링하기 좋은 카페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대부분 주말에만 찾곤 한다.


찾고 싶고, 쉬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하며, 하루가 지루하고 힘이 들 때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곳이어야 하며, 식어버린 커피의 마지막 한 방울이 가슴을 적실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 곳이라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도 찾게 될 것이다.


서해안 어느 바닷가 언덕 위에 우뚝 솟아있는 카페에 가면 커피에 밀려 외면받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인삼차나 쌍화차 대신 ‘백향차’ 향을 맛볼 수 있는 예쁜 곳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그곳에 가면 작은 발자국도 추억이 된다. 바닷가 흔들 그네에 앉아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평화로운 노부부도 그곳에선 풍경이 된다. 백향차 향기 가득해 그곳을 지나가던 바람도 쉬어가는 곳”이라는 입간판 글귀에 사로잡혀 그리운 정과 향기를 흠뻑 느낄 수도 있다.    


한 잔의 커피가 어떤 이에게는 『고단한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역류성 식도염이 있거나, 빈혈, 당뇨, 심혈관 질환, 불면증이 있는 분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으니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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