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한중 Jun 01. 2022

아. 살. 세

'아'직은  '살'만 한  '세'상


「아직 살만한 세상」

어려운 이웃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들은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아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아름다운 세상 가꾸는데 앞장서는 이들은 삶이 풍족해서가 아니라 자기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보듬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사람만큼 좋은 보약이 없다고 한다. 이웃을 새로운 가족이라 생각하고 힘든 세상 서로서로 위로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







지난 3월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장응복(99)씨는 늘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구절을 평생 지키며 살아오신 분으로 선행(기부)을 베풀면서도 ‘자신의 생전에는 외부에 알리지 말라’라고 하였다고 한다.


1923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그는 평양 의학전문학교를 나와 의사 생활을 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1950년 12월 피란길에 올랐고, 월남해서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장 의원’이라는 작은 진료실을 지키며 30년간 의술을 베풀었다.  

  

개원할 때만 해도 그곳은 서울의 변두리였는데, 은퇴할 때까지 밤낮으로 환자를 돌보며 성실하게 일했다. 의사 생활로 평생 모은 전 재산 113억 원을 ○○대학교에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온다.



생전에 도움을 받은 학생들은 앞으로 자기가 또 다른 사람을 돕는 삶을 살면서 선행이 대물림된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준 좋은 사례다. 기부한 대학의 표어 역시 “배워서 남 주자”라고 한다. 어릴 적 부모님은 공부하라고 하면서 입버릇처럼 ‘배워서 남 주냐’라고 하셨다.


그때는 배움이 곧 성공이라 생각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그 성공(지혜)을 나누는 시대가 되었다. “베푸는 것이 최고의 보람이요, 베푼 만큼 행복을 느끼며, 베풀고 나면 더 채워진다”라는 말처럼 작은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니 무조건 더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부유한 사람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재능이든 물질이든 돈이든 나눌 수만 있다면 그 삶은 풍족할 것이다.  

   



또 다른 한 사람. 2012년부터 매년 겨울만 되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남성이 대구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사무실 밖에서 만나면 그때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메모와 함께 1억이 넘는 수표를 건네고 떠나기를 10년.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이름 없는 후원자)’라는 별명이 붙은 이 남성은 익명으로 2020년까지 총 10억 3500여만 원을 포함 지금까지 모두 20여 억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했는데 대한적십자사, 한국장학재단,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에도 이웃 돕기 성금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대구에서 전기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경북의 한 농가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중퇴했지만 “더는 나와 같은 이들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지원을 결심하게 되었다”라고 한다.


인터뷰에서 그는 ‘돈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남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라며 10년 전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며 뿌듯해했다고 한다.


익명의 기부자는 바로 대구 미광 전업(주)대표이사 박무근(73세)씨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및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도 초청되어 안내를 받기도 했다.

1979년에 회사를 설립하여 40여 년간 피나는 노력 끝에 국내 최대의 전기회사로 성장시켰으며 자신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더 많은 사람이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나눔에 동참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라고 한다.

그는 매월 급료 나가는 금액의 10%씩을 꼬박꼬박 모아 왔으며, 어려웠지만 직원 월급 나간다고 생각하고 별도의 기부금 통장을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20개가 넘는다고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에 세상의 따스함을 전해준 분들로, 도움받은 것을 남에게 다시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때 선행은 대물림되며, 세상은 더 밝아질 것이다.


    

가슴 뭉클한 사연은 또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택배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생하는 택배기사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한 시민과 이에 감사를 표한 택배기사의 훈훈한 선행이 화제다.


대구 달서구의 한 빌라 4층에 거주하는 서모 씨는 택배 물량 급증으로 하루에도 수없이 계단을 오르내릴 택배기사님들이 마음에 걸려 1년 넘게 물과 음료, 빵, 과자, 물휴지 등이 담긴 바구니와 함께 「배송 기사님, 늘 수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요한 만큼 가져가셔서 드세요」라는 쪽지를 현관에 부착해 놓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현관 CCTV를 돌려보다가 감동 어린 장면을 목격했다. 화면 속 택배기사가 바구니에 있는 음료수를 하나 집어 들고 CCTV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작은 것에도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에 자신이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라고 한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의 국민이 아직 살만한 세상’ 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세상에는 배워서 남 주는 사람들이 많다.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대가 없이 치킨을 제공한 체인점 사장님, ‘7살 딸을 혼자 키우는데 당장 돈이 없다며 기초생활 급여를 받으면 드리겠다’라는 사연과 함께 배달 앱을 통한 피자 주문에 망설임 없이 만들어 배달한 30대 피자집 사장님,


음지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자원봉사자, 요양보호사,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밝히는 택배ㆍ의료ㆍ돌봄 종사자, 환경미화원, 경비원 등 필수 노동자 그분들이 있기에 멈춤 없는 이웃사랑으로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걸 입증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공수래’’(空手來) 요 세상을 떠날 때도 ‘공수거’(空手去)다.

많은 재산을 아들과 딸에게 물려준다 해서 고마워할지도 의문이며, 세상이 나에게 돈을 벌게 해 주었으니 떠날 때는 미련 없이 사회에 내어놓고 떠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미래 세대에게 큰 교훈이 아닐 수 없다.



행복은 공동체 의식이지 나만을 위한 게 행복이 아니니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이 주변에 많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세상은 따뜻하게 우리를 맞이할 것이며 행복은 저절로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네 손을 내밀어 받기만 하지 말고, 베풀 때도 그 손을 거두지 말아라”라는 성경 말씀은 우리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야 할 대목이다.





작가의 이전글 세월의 선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