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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한중 Feb 01. 2022

세월의 선물

"생로병사, 희로애락"인 삶은 최선을 다해 사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


사람으로 세상에 태어난다는 건 더없는 축복이자, 생애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맑은 공기와 바람ㆍ해와 달ㆍ별ㆍ꽃 등 자연이 주는 무한함과 내 집, 내 자녀, 내 책상, 내 자동차 등 모든 것이 분명 내 것인 것으로만 알았는데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세월의 선물'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그저 평범한 하루하루의 일상이 최고의 선물로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대의 기쁨일 것이다.


중국의 비공인 세계 신기록 135세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별세하였다고 한다. 세상에 태어나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나이를 더하는 것보다 아프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그 이상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이다.


최상의 수명이라는 상수(100세)를 넘기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에, 길어야 100년의 삶을 살지만 마치 천년이라도 살 것처럼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게 사람이다.      




어느덧 21세기도 세월의 5분의 1이 흘렀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힘든 삶을 라디오나 스마트폰(유튜브)으로 음악을 들으며, 넷플릭스를 시청하며 기쁨을 만끽하거나 슬픔을 흘려보낸다. 때로는 자연을 벗 삼아 답답한 가슴을 뿜어내며 위로도 받는다.


그렇게 산다는 것은 축복이고 선물이며, 놀랍고도 신기하기까지 하다. 희망적이면서 누구에게나 필사적인 삶, 요즘처럼 어렵고 힘든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강인하게 헤쳐가야 한다.


생로병사(태어나서+늙고+병들고+죽음까지)와 희로애락(기쁨과+노여움과+슬픔과+즐거움)인 삶은 소중한 것이기에 “세월의 선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우리의 삶이나 인연이 일회용이 아니듯, 우리가 태어나고 만나고 사랑하는 모든 것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므로 아름다운 인연이 오래 이어지도록  열심히 살라고 한다. 「참지 말아라, 그러다 마음의 병 된다 '아니 된다' 생각되면 즉시 마음 돌려라.


한번 아닌 일은 끝까지 아니더라. 요행을 바라지 마라. 세상엔 요행이란 글자가 참 무서운 것이더라. 아프냐, 그럼 아픈 만큼 더 열심히 살아라. 세상에는 너보다 훨씬 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단다. 이 세상에 안 아픈 사람은 없다.


그 아픔을 어떻게 이겨 나가는 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아픔도 슬픔도 꼭 필요하기에 신이 우리에게 부여했을지도, 그저 살아있음에 누릴 수 있는 지상 최대의 선물이라고 생각하자 이 선물을 곱게 받아들여 잘 이겨 나가자. 매일 쨍한 날씨라면 얼마나 덥겠느냐.


시원한 소낙비도 무더운 여름엔 꼭 필요하듯 아픔ㆍ슬픔ㆍ고독ㆍ외로움 이런 것도 삶의 꼭 필요한 선물이더라. 사연 없는 사람 없고, 아픔 없는 사람 없다. 힘들거든, 우리 쉬어서 가자!!」 / 김옥림(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게 할 때)  



 

언제 보아도 세월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글이다. 〈하나〉 "든든한 첫째, 미더운 둘째, 살가운 셋째 보고 있으면 참 잘 컸다 싶다. 알알이 내가 잘 채우고 있구나 싶어 멀어지는 젊음이 마냥 아깝지만은 않다. 받고 싶은 마음보다 주고 싶은 마음이 좋은 마음이라고 했던가, 주고 나서 이내 잊어버리고 또 무엇 줄 것 없나 두리번두리번 찾는 이 마음 이게 좋은 마음이겠지"


〈둘〉 "환갑이라고 자식이 모처럼 보내온 용돈으로 보약을 지어 다시 자식에게 보냈던 당신! 어머니 당신에게도 곱디곱던 시절이 있었고 꿈이 있었을 텐데 자식들은 어머니가 날 때부터 그 나이였던 줄 착각하며 산다"


〈셋〉 "한 세월 부부로 살아오다 보니 아내의 잔소리는 내가 살아가는데 가슴에 지니고 다녀야 할 '상비약'이라는 것을 거듭 느끼곤 한다. 아내가 아니면 잔소리든, 쓴소리든, 누가 나한테 약이 되는 훈수를 해 줄 것인가. 잔소리도 힘이 있어야 한다. 나이 들어 인생의 겨울에 들어서니 아내도 말수가 적어지고 그 팔팔하던 잔소리도 지금은 향수로만 머문다"


그렇다. 인생은 파도와도 같아 바다 밑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가 하늘로 솟아오르듯 굴곡진 삶을 살고 있기에 별일 없이 일상을 누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 같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매 일을 사는 건 또 다른 기적이나 다름없다.     




베이비부머 마지막 세대인 필자에게 세월의 선물은 무엇일까? 자랄 적 생각하면 '가난'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100달러도 채 안 되는 어려운 시절이었으니 삶이 지금처럼 풍족할 리 만무하다. 어릴 적엔 '삐비'라는 들풀을 먹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어린이집이니 유치원은 존재할 수조차 없던 시절, 8살 되어 국민(초등) 학교에 입학해서는 이른 아침 보리밥 먹고 흙먼지 나는 비포장도로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다닌 덕에 우등상보다 값진 '6년 개근상'은 탈 수 있었다.


연필에 침을 발라가며 한글과 한문을 열심히 익혀 직장 잡고, 결혼해 자식에 손주까지 보게 되니 이제는 2선으로 물러난 노인 신세가 되었지만, 위로는 90세의 어머니와 아래로는 자식들 걱정에 베갯잇을 적셔야 하는 세대가 되었다.


어쩌다 옛날 얘기라도 꺼낼라치면 꼰대 세대로 몰리고, 2 대니 3대가 한데 어울려 사는 건 일장춘몽. 모처럼 손자를 맞는 날이면 청결한 몸으로 맞이해하고,


자식 여행 떠난다고 하면 눈치 없이 '같이 가고 싶다'라는 말 대신 '손자를 돌봐주겠다'라고 해야 한다고 한다. 나이 들어서 인생의 겨울은 없어야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사계절 모두 겨울 같은 세대"가 60대의 자화상인 것만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낙심하지는 않는다. 그 역시 그 시대에 태어난 1955~1963년 생(6,963만 명)에게 주어진 세월의 선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터득했다. 어떤 일이든 그 일에 매진하는 것도 건강의 비결이라고 하니 ‘책상을 놀이터로 삼아 생활’하는 습관을 들여 매일매일을 바쁘고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당신이 있었기에 우리가 행복했습니다"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고 하는 최고령 철학자 김형석 교수(103세)의 말을 떠올리며, 필자 또한 나의 작은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독자를 생각하면 [이 보다 더한 '기쁨'과 '세월의 선물'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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