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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보기 Dec 02. 2018

m551 쉐리단 '걸프전' 버전 제작기

생전 처음 프라모델 도색하기 도전

초등학교 시절, 엄마 몰래 프라모델 장난감을 사서 밤새 조립하던 때가 있었다.

도색은 엄두도 못 냈지만, 실제와 같은 비행기와 탱크를 조립한다는 것에 뿌듯해 했었다.  고등학교 3학년, 학력고사를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손을 댄 것도 프라모델이었다.  어렴풋한 기억에 '블래들리 장갑차'를 조립했었던 같다.  


그 후 30년이 지나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프라모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갑자기 질러서 조립한 놈이 미국 험비 자동차였다.  어렸을 적에도 프라모델 도색은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조립하는데 만족했다.  그런데, 조립하는 과정은 여전히 재미있었지만, 노안 때문에 안경을 벗고 바짝 조립 부품에 고개를 박고 조립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하나 조립하는데 복잡도에 따라 또는 투여 가능한 시간에 따라 틀리지만 보통 1주일 이상은 걸리는데... 그럴 경우 조립 완료 후에 눈치 침침해지고 목이 아프다는 단점이 생겼다.  '이 것도 이젠 못하겠구나' 하고 다음부터는 하지 않기로 했다.


30년만의 첫번째 프라모델 조립 작품,  m1151 미육군 증가장갑형 험비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하게 이놈을 발견했다.

미군 최초의 공수탱크로 알려진 'm551 쉐리단' 이었다.  1965년 생산되기 시작해서 베트남 전쟁에 첫 실전 투입이 되었고, 1989년 파나마 작전과 1991년 1차 걸프전에도 투입된 전력이 있는 전차다.  때문에 어릴 적 탱크 프라모델 제작을 많이 할 때도 봤었던 모델이었는데,  포신도 짧고 모양이 귀여워서 당시엔 관심이 없던 놈이었다.  그러다가 이 사진을 보고 반하고 말았다.

 

짧은 포신과 요즘 전차와는 다르게 높은 차체로 '귀여운' 이미지가 느껴지는 m551 쉐리단 전차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것 같은 귀여운 이미지의 탱크 모습에 이 놈을 조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능력도 없고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도색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래서 '걸프전' 모델로 나왔다는 아카데미 제품을 검색해 보았으나 이미 품절로 구하기가 어려웠다. (11번가에 한 놈 있었는데, 결재했더니.. 하루가 지나서 재고가 없다고 환불해주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  재고가 없으면 웹페이지에서 전시를 하지 말아야지..ㅠㅠ)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탱크의 한 모습... 탱크가 귀엽다.


인터넷을 한참 뒤지다가 인천이 있는 뭐 프라모델 전문 사이트에 재고가 있음을 확인하고 결재를 하였다.  (이번에도 결재 후 재고가 없다고 연락 올까 봐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히 나중에 배송 중이라고 떴다)  그래서 결국은 "아카데미의 m551 쉐리단 '걸프전' 버전" 을 구하게 되었고 조립을 시작했다.

 



조립은 이전에 조립했던 'm1151 험비' 보다는 쉬웠다.

하부 플랫폼이 간단하고 내부 조립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도색까지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조립에 신중을 기했다.  전체적인 조립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1. 도색 계획에 맞춰 비슷한 색끼리 부품 분리
2. 조립 후 도색이 가능한 파트 조립 시작
     - 하체판,  상체판,  포탑판 조립
     - 각 대형 파트 및 세부 부품 도색 전 분리 정리
3. 각 파트별 서페이스 입히기
4. 기본 밑 도색 (락카 도료)
5. 세부 부품 도색 (에나멜 도료)
6. 연질궤도 도색
     - 도색 전 연질궤도에 도색이 잘 입혀지기 위해 메탈프리이버 뿌리기
     - 밑도색하기 흙철색 (락카도료)
     - 궤도 밑에 철이 깍인 느낌을 주기 위해 은색으로 치팅 도색 (애나멜도료)
7. 전사지 붙이기
8. 마감재 뿌리기


위와 같은 조립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습득했다.  한 번도 프라모델 도색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떤 도료를 사야 하는지, 순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색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도구는 어떻게 준비하고 써야 하는지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검색하고 알아봐야 했다.  (위의 조립 계획도 수많은 검색 결과를 토대로 정리한 것이었다)


그래서 알게 된 몇 가지 중요한 정보는...


1. 도색 전 '서페이스'란 걸 뿌려서 도료가 플라스틱에 잘 안착되고 색감도 좋게 만들어야 한다.
2. 밑도색(기본 바탕이 되는 도색)은 락카도료로 스프레이 또는 돈이 있으면 별도의 에어프러쉬로 작업한다.
    (당연히 나는 돈도 없고, 이번 한 번만 할꺼기 때문에 캔스프레이로 사용)
3. 밑도색이 완료되면 그 위에 부품별 부분 도색을 해야 하는데, 이때는 애나멜 또는 아크릴 도료를 사용한다.
    (애나멜로 칠한 부분의 도색을 수정 또는 지울 때 사용하는 애나멜 신나는 애나멜은 지우지만 밑에 깔린
      락카 도료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4. 연질(고무)로 만들어진 궤도는 락카 또는 애나멜로 그냥 도색할 경우 나중에 칠이 벗겨지기 쉽다.
     때문에 별도의 레진/PP프라이머 또는 메탈프라이버를 사전에 뿌려주고 도색하는 것이 좋다.
5. 도색 마무리 단계에서 먹선 입히기로 튀어나온 나사 또는 갈리진 곳을 검은색 계통으로 칠해주면 모델의
     입체감이 살면서 훨씬 그럴 듯 해진다.
6. 도색이 끝나면 전사지를 붙힌 후 마감재를 뿌려서 도색이 벗겨지는 것을 방지한다.

  


각 부분별 파트를 나눠 밑도색을 하고 세부 부품 애나멜 도색을 하는 모습,  부품 도색이 망가지지 않도록 별도의 집게 사용


처음 하는 도색이라 여러 시행착오가 많았으나,  다행히 '걸프전' 버전이라 밑도색이 사막색으로 도색이 간편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일하고, 쉬고, 틈날 때만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특히, 락카 도색은 냄새가 심해서 집에 사람이 있는 경우엔 하기가 힘들었다.  가족이 없을 때 창문 다 열고, 공기청정기 가장 크게 들고 커다란 종이 박스에 제품을 집어 넣고 스프레이를 뿌렸다) 전체 작업 기간은 약 3주일 정도 소요되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나의 첫 도색 프라모델 'M551 쉐리단' 이다.


조립이 완성된 '쉐리단'이다.  

전문가가 보기엔 많이 부족하겠지만,  나는 만족스럽다.  처음 도색을 했는데... 그럭저럭 해서 ^^

조금 아쉬움이 있다면 세부 도색 시 손떨림으로 옆으로 삐져 나간 부분들이 많이 있는데, 나중에 검색을 해 보니...도형자 또는 종이에 일부분을 파서 도색하는 등 여러 방법들이 있었다.

또 하나 포탑 옆에 붙어둔 군장 등의 액세서리 색깔이 사막색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다.  도료 색이 다양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군장은 당연히 국방색이지 라는 잘못된 판단도 한몫했다.   아무튼, 그래도 전체적으론 만족스럽다.




도색을 완료 후 마감재를 뿌리고 나서 첫 프라모델 도색 작품으로 뿌듯한 마음으로 감상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젠 눈도 안 좋고,  이 모델 외에 다른 놈들은 다시 조립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지금 계획으로는 다른 프라모델의 조립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나중에 꽂히는 뭔가가 나오면 또 할지도 모르지만)


물론, 많은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의 작품에 비하면 어디 비교의 대상이 되겠는가마는, 나의 첫 번째 도색 작품이란 이유 때문에 이 놈에 대한 애정은 앞으로도 식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놈 도색을 위해 준비한 도료들이 있는데, 좀 아깝긴 하다.  (많이 남아 있는 도료들이 많은데...)


이번 도색을 위해 준비했던 도료들과 일부 작업도구




이번에 조립과 도색을 하면서 많은 검색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프라모델 조립을 전문적인 취미로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취미를 즐기는 분들의 연령대도 대부분 30,40대... 10대들의 장난감으로 오해받았던 예전에 비하면 프라모델에 대한 관심과 이미지는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좋은 취미이긴 하지만...

골방에서 손톱보다도 작은 부품을 깎고 붙이고,  락카, 애나멜 등의 도료를 사용하여 도색하고 ....  

스트레스를 잊는 좋은 취미이긴 하겠지만,  이것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가끔 즐기면서, 그 밖의 자연을 느끼고 몸을 움직이는 다양한 취미와 여가를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P.S : 이제 당분간은 프라모델 조립은 안 할 듯...  (너무 힘들다,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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