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현실의 생각으로부터 도망가지 위해서...
한 2년 전부터 프라모델을 만들었다.
어릴 적 좋아했던 취미였는데, 그 시절 누구나 그랬듯.. 그냥 놀이었던 게 지금은 취미가 되어 버렸다.
사실, 프라모델을 만드는 일은 좀 귀찮은 일이다.
작은 부품을 손질하고 붙이고 도색하고...
노안이 와서 작업이 쉽지가 않다. 게다가 도색할 때 사용하는 락카와 에나멜은 사실 건강에도 안 좋다.
운동이나 기타 다른 취미에 비해 그리 썩 좋은 취미는 아니다.
그래서 매번 작업을 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를 마음속으로 외치지만 매번 새로운 킷을 구매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2년 전 처음 시작했던 게 '험비'였다.
미군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다목적 차량이다. 2차대전부터 사용해왔던 지프차를 대신해서 미군의 표준 다목적 차량이 된 모델인데... 걸프전 등 중동지역 전장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누구나 익숙한 차량이다.
일반적인 프라모델이 1/35 사이즈로 제작되는데... 험비는 그 사이즈로 제작했을 때 책상 위에 컴퓨터 위 등 올려두기에 딱 적당한 크기가 된다. 그래서 험비로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취미가 지금은 마약같이 바뀌었다.
프라모델이 너무 좋아서 헤어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현실을 잊고 싶을 때, 답답한 마음을 잊고 싶을 때, 뭔가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난 프라모델을 만든다.
안경을 벗고,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작은 부품 하나하나를 조립하다 보면 어느새 그 작은 부품 하나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다른 생각과 다른 마음은 잠시 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이게 좋다. 게다가 시간도 엄청 잘 간다.
잠시 잊게 만든다는 거... 생각하기 싫은 거로부터 자유가 된다.
험비 3총사가 내 책상 위에 있다.
볼 때마다 작품을 완성한 노고가 그려지는 희열보단... 그렇게나 잊고 싶은 게 많았구나를 느낀다.
이젠 또 다른 험비를 만들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날씨가 선선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은 흘러서 모든 것이 과거가 되어 버렸고, 마음도 점점 선선해진다.
험비를 또 만들일을 이젠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아,
현실에 집중하는 내 마음이 되면 좋겠다.
도망가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