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0주차부터 3주차까지
그러니까, 난임 휴직한 지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두 줄이 나왔다.
세상일은 언제나 이렇게 알다가도 모를 일인 것일까? 나로서도 좀 당황스러운 타이밍이다.
광복절날부터 휴직을 했고, 일주일 뒤에 개미씨와 여행을 갔는데 거기에서 된 모양이었다. 물론 그즈음이 나의 배란기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 배란테스트기를 가져가서 시기에 맞게 숙제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다음달 새로운 주기, 새로운 시술 전에 하는 예습 같은 느낌이었고 성공할 줄은 솔직히 꿈에도 몰랐다. 기쁜 마음이야 당연하지만, 그보다 얼떨떨한 기분이 앞섰다. 다 지난 뒤 간단히 되짚어 보는 그즈음의 기억.
임신 0주차
28일 주기라면 0주차가 생리시작일이겠지만, 지금 와 거슬러보니 나의 0주 0일은 생리가 시작되고도 열흘이 지나 있었다. 그만큼 이번 배란이 늦어졌다는 뜻이다.
습관성유산 검사에 나왔던 S단백질 재검 수치를 들으러 갔던 8월 14일, 초음파상에서 나는 전혀 배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왼쪽 난소에 난포 하나가 자랄 준비를 하고는 있는데 아마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임신 1-2주차
임신 1-2주 차, 그러니까 배란일 즈음엔 휴직 기념으로 개미씨와 대만을 다녀왔다. 여행기간에 아무래도 배란일이 걸릴 것 같아 배테기를 싸들고 가서 매일 저녁 확인했다.
보통 피크는 9-10까지 확 올라가 주는 게 좋은데 23일 8.5로 피크를 찍고 24일 떨어져 버렸다. 떨어지는 수치도 확 떨어진 게 아니고 5.5로 좀 애매해서 당시에는 솔직히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여행 중이라 하루에 만보 이상씩 걷고, 몸에 좋고 나쁜 거 신경쓰지 않고 그냥 맛있는 것 잔뜩 먹고, 한국에서보다 힘내서(?) 숙제도 즐겁게 했었다.
결과적으론 이때 성공한 셈이니 역시 마음가짐.. 스트레스의 문제일까?
임신 3주차
임신 3주 2일, 배란 후 9일째 아침.
전혀 기대하진 않았다곤 해도.. 한편으론 날짜를 세고 있었다. 휴직 중이라 좀 할 일이 없기도 했고(...) 혹시나 몰라서 7일 차부터 원포를 하나씩 까고 있었는데, 9일 차에 의외로 두 줄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오후에 해보니 좀 더 진해져 있어서 헉, 설마 진짜로? 하는 마음에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솔직히 기쁜 마음 반, 걱정되는 마음 반이었다. 나에겐 임신유지도 수정과 착상만큼 어려운 일이니까.
이제부터 습유치료는 어떻게 되는 걸까?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보통 임신 확인되면 바로 면역주사를 맞는 것 같아 두 줄 본 다음날 예약도 없이 바로 마리아 내원했다. 그러나 울 쌤은 달력을 보시더니 너무 일찍 오셨다며, 최소 아기집이 보이고 정상임신임이 확인이 되면 그때부터 면역 글로불린 주사를 맞을 수 있다고 하셨다. 지난번에 자궁각 근처에 착상이 되었던 전과도 있어 그냥 먼저 맞고 싶다고 우기지는 못했다. 선생님께서는 불안하실테니 혈전 방지용으로 베이비 아스피린 100짜리를 일단 복용하고 있으라며 처방해주시고 피검만 하기로 하고 나왔다. 아기집이 보이려면 보통 5주는 되어야 하니.. 이제부턴 또 기다림의 시작이다.
피검결과는 35.7.
3주 3일차니 당연하겠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른, 낮고 불안한 수치다. 그 후론 매일 두 번씩 원포 진하기를 보며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