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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Jan 28. 2021

독일 직장인, 그 시작

용감함과 무모함 사이

생각보다 그 날은 빨리 왔다.

서울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에도 사실 확신이 없었다. 내 앞에 펼쳐질 날들에 대한 두려움만 가득했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몇 년간 수 없이 고민했음에도 확실히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8년간 다녔던 직장과 안정된 삶,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을 떠나, 전혀 새로운 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기로 선택한 것이 세상에 둘도 없는 무서운 일로 여겨졌다.


과연 이게 옳은 결정이었을까 하는 생각과,

혹시나 부딪치고 깨져서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가게 되더라도, 지금 이 길을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아직은 그만한 용기는 낼 수 있는 나이이지 않을까.


어쨌든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뜬 눈으로 약 12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공항에서 미리 한 달간 예약한 렌터카를 받았다. 비용이 2,000유로 싸다고 수동차를 덜컥 신청한 과거의 나.


한국에서 면허를 딸 때, 독일에 올 것을 미리 생각해서 수동을 취득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실기 1번 탈락 후 겨우 합격했고, 독일에 오기 직전에 10시간의 도로주행 교육을 추가로 받은 게 전부였다.


어쨌든 속도 제한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에 올라서 호텔로 향했다.

분명 나는 최선을 다해 100km로 달리는데, 옆 차들은 다들 2배쯤 빨리 가서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나중에는 피아트 500으로는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게 퍽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작은 부엌이 딸린 호텔은 회사에서 한 달간 예약해준 곳으로, 회사에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예전에 출장을 와서 이 호텔에 몇 번 머물렀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또 머무를 날이 올 줄이야.


출근은 일주일 뒤.


이제 독일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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