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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Jan 08. 2022

잘 지내지 못합니다만

글자 뒤에 숨은 마음


' 지내지?'라는 질문을 싫어한다. 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느낌이랄까.   지내, 이외의 답은 이미 불가능하도록 혀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 지내고 있어?'라는 질문은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는 느낌이지만, ' 지내지?'  지낼 거라고 단정 짓고 나는 이만  용건을 이야기할게 (혹은 끝낼게)라는 인상을 받는다.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누군가가 ㅇㅇ와 같은 답을 보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시간이 금이고 줄임말과 이모티콘이 널리 쓰이는 시대라지만, ㅇㅇ에서 느껴지는 무성의함이 나를 몸서리치게 한다. '응'이라는 글자를 완성하기 위해서 고작 'ㅡ' 한 번만 더 누르면 되는 것인데,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그 0.5초가 아까운 것일까 하는 다소 망상에 가까운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긴급한 경우는 예외.


 이런 성격 때문인지 예전에는 메시지를 보내는 찰나에도 고민을 많이 했었다. 가령 어디에 점이나 쉼표를 찍을지, ㅎㅎ나 ㅋㅋ는 몇 번 쓸 때 지나치게 가볍지 않게 나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ㅎㅎ는 좀 멋쩍은 상황이나 마지못한 웃음, 혹은 대놓고 웃을 수 없는 상황에 적절한 것 같고,ㅋㅋ는 정말 웃길 때나 좀 더 가까운 사이에서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마지막에?! 를 쓰는 것과!? 를 쓰는 것의 차이에 신경을 쓰는 나 같은 사람들만이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예민해져서 인지, 혹은 스스로 조금  마음이 편안한 상황이 되었는지, 지금은 이런 것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 지내고 있어?'라고 물어주는 것이  좋다. 당신의 관심을  많이 받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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