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딸', '배드 가이즈 2', 그리고 '슈퍼맨'.
2025년 7월의 마지막 주는 현대 콘텐츠 산업의 역학 관계가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축소판과 같습니다. 한정된 관객의 시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이제 단일 전선에서 벌어지지 않습니다.
신작들은 신작들과 경쟁하고, 동시에 기존의 흥행 강자들과 싸우며, 나아가 극장 밖 OTT 플랫폼의 강력한 오리지널 콘텐츠와도 관객의 시간을 두고 경쟁해야 합니다.
신작 대전 - K-웹툰 IP와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의 격돌
이번 주 박스오피스 1위 쟁탈전은 국내 웹툰 원작의 기대작 <좀비딸>과 전 세계적 흥행작의 후속편인 <배드 가이즈 2>의 정면 대결로 요약됩니다.
<좀비딸>은 글로벌 누적 조회수 5억 뷰를 기록한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주연 배우 조정석의 막강한 티켓 파워를 결합했습니다. 이 작품은 자신을 단순한 좀비 호러가 아닌 '코믹 휴먼 드라마'로 규정함으로써, 공포 장르에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과 가족 단위 관객까지 포용하려는 확장성을 보입니다. 이는 검증된 IP를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이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가장 확실한 성공 모델 중 하나입니다.
이에 맞서는 <배드 가이즈 2>는 드림웍스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등에 업은 할리우드의 대표 주자입니다. 전편의 비평적, 상업적 성공은 속편에 대한 높은 기대감으로 이어지며, 특히 저연령층 아동을 동반한 가족 관객이라는 명확한 타겟에 집중합니다. 여름 방학 시즌에 가장 적극적인 이 관객층을 거의 독점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두 영화는 '가족 관객'을 노리지만, 좀비딸은 10대와 20대까지, 배드 가이즈 2는 6세에서 12세 사이의 저연령층에 더 강한 소구력을 가질 것으로 보여, 두 영화가 시장을 어떻게 분할 점유할지가 이번 주 흥행의 핵심 관전 포인트입니다.
신작과 기존 강자의 생존 경쟁 - '홀드오버 스퀴즈' 현상
신작들은 결코 안락한 환경에서 데뷔하지 않습니다. 제임스 건 감독의 <슈퍼맨>을 필두로 한 기존 흥행작들이 여전히 막강한 스크린 점유율과 관객 동원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존 흥행작의 압박(Holdover Squeeze)' 현상은 신작들의 초기 흥행 잠재력을 시험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합니다.
특히 <슈퍼맨>의 개봉 4주차 주말 관객 수 감소율은 이 영화의 최종 성적뿐만 아니라, 제임스 건이 새롭게 구축하는 DC 유니버스(DCU)의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선행 지표가 될 것입니다. 만약 안정적인 '홀드'를 기록한다면, 이는 관객들이 DC의 새로운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지만, 급격한 하락은 향후 수십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경고등이 될 수 있습니다.
극장과 OTT의 시간 점유율 전쟁 - '카운터 프로그래밍' 전략
마지막 전선은 극장과 안방극장 사이에서 벌어집니다. OTT 플랫폼들은 극장가와는 다른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합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액션 스릴러 <트리거>나 디즈니플러스의 시대극 드라마 <워싱턴 블랙>과 같이, 가족 중심의 극장 개봉작과는 명확히 구분되는 성인 타겟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는 '카운터 프로그래밍'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는 극장으로 향하지 않는 특정 관객층을 흡수하려는 정교한 시도입니다.
넷플릭스는 김남길 주연의 K-액션 <트리거>와 아담 샌들러의 향수를 자극하는 <해피 길모어 2>를 통해 한국과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디즈니플러스는 작품성을 앞세운 <워싱턴 블랙>과 강윤성 감독의 K-드라마 <파인: 촌뜨기들>을 통해 플랫폼의 이미지를 제고하며 경쟁합니다.
분기점을 넘어
결론적으로 2025년 7월 마지막 주는 한 작품의 성공 여부가 단순히 경쟁작을 이기는 것을 넘어, 미디어 생태계 전체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객의 주목을 이끌어내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복합적인 전장입니다.
궁극적으로 이번 주의 대결 결과는 투자자들에게 한국 성수기 시장에서 로컬 IP와 글로벌 프랜차이즈 중 어느 쪽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입니다. 이번 주는 단순히 또 다른 박스오피스 경쟁 주간이 아니라, 미래의 산업 트렌드가 형성되는 중요한 분기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