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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혐오라는 놀이

2부. 혐오의 현재

by 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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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까지 다루어 온 혐오는, 적어도 그 겉모습은 진지하고 무거웠다. 그것은 이념, 역사, 생존이라는 거대한 명분을 등에 업고 있었다. 하지만 2025년, 우리가 목격하는 새로운 혐오는 기이할 정도로 가볍고, 빠르고, 심지어는 유쾌하기까지 하다. 그것은 더 이상 무거운 갑옷을 입지 않는다. 대신 중독적인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웃긴 짤의 형태를 하고, 한 편의 짧은 챌린지 영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증오가 어떻게 웃음과 환호 속에서 거래되는 ‘놀이’가 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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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밀의 첫 번째 열쇠는 ‘숏폼(Short-form)’이라는 형식 그 자체에 있다. 15초에서 1분 남짓한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하는 틱톡, 릴스, 쇼츠의 세계에서 ‘맥락’과 ‘뉘앙스’는 설 자리가 없다. 숏폼 콘텐츠는 마치 우리 뇌에 직접 주사하는 설탕물과 같다. 그것은 깊은 사유나 복잡한 이해를 요구하지 않고, 오직 즉각적이고 강렬한 감정적 반응—웃음, 분노, 경멸—만을 유발하도록 설계되었다. 한 정치인의 실언, 한 연예인의 어색한 표정, 평범한 시민의 실수. 그 앞뒤 맥락은 모두 거세된 채, 가장 조롱하기 좋은 순간만이 잘려나가 중독적인 배경음악과 함께 무한히 복제된다. 이 과정에서 한 명의 인격체는 사라지고, 오직 손쉬운 놀림감, 즉 ‘밈(Meme)’이 될 재료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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