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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경험의 종말, 혹은 진화

'귀멸의 칼날'의 독주와 OTT의 분화가 시사하는 콘텐츠 소비의 미래

by 조하나


2025년 8월 넷째 주는 하나의 거대한 해외 지식재산권(IP)이 국내 극장가를 장악하는 동시에,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들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장르와 포맷의 다각화를 꾀하는, 현대 콘텐츠 산업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시점입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라는 단일 작품의 압도적인 개봉은 '이벤트 중심'으로 재편되는 극장 시장의 현재를, 그리고 이에 맞서 각자의 정체성을 구축하려는 스트리밍 플랫폼들의 움직임은 '틈새 공략'의 미래를 시사합니다.





극장의 '이벤트화': 귀멸의 칼날이 증명하는 것


이번 주 국내 극장가는 단 하나의 작품이 모든 흥행 지표를 지배하는 '블록버스터 독점'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입니다. 그 주인공은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애니메이션의 최종장 3부작 중 첫 편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개봉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이벤트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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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은 '프랜차이즈 피날레'의 극장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리즈의 대미를 수년에 걸친 거대한 극장 '이벤트'로 전환시키는 이 고도의 수익 극대화 전략은, 이미 구축된 거대한 팬덤을 기반으로 반복적인 관람과 부가 상품 판매를 유도합니다. 이는 해리 포터나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할리우드가 보여준 성공적인 IP 활용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가치가 높은 애니메이션 IP의 수익 창출 방식이 한 단계 진화했음을 의미합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1997년 걸작 원령공주가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IMAX에서 재개봉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극장은 이제 평범한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 아니라, 집에서는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압도적인 시청각 경험, 즉 '놓치면 안 되는' 이벤트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스스로를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OTT의 전략적 분화: '모두'가 아닌 '누군가'를 위하여


넷플릭스는 <나는 생존자다>를 통해 사회적 파장이 큰 탐사 다큐멘터리 장르를 이어갑니다. 이는 기존 방송사들이 다루기 어려운 민감한 주제를 과감하게 파고들어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매우 영리한 '다큐-프랜차이즈'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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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컨텍스트: 변화하는 관객, 새로운 공식


이러한 한국 시장의 역동성은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8월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독창적인 공포 IP인 <웨폰>이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잘 만들어진 오리지널 영화의 힘을 증명했습니다. 반면, 휴면 IP를 부활시킨 레거시 속편 <프리키 프라이데이 2>와 <노바디 2>는 각각 상반된 평가와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향수만으로는 더 이상 성공을 담보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인도 타밀 영화 <쿨리>가 북미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진입하는 이례적인 성과는, 세계 무대에서 비(非)힌디어 인도 영화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이는 관객의 취향이 기존의 슈퍼히어로 영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각화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새로운 질서의 서막


2025년 8월 셋째 주의 콘텐츠 시장은 극장 경험의 '이벤트화'와 OTT 플랫폼의 '전략적 분화'라는 두 가지 핵심 동향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평범한 영화는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극장에서의 성공은 이제 '놓치면 안 되는' 거대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달려있습니다. 동시에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획일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뚜렷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며 각자의 영역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 콘텐츠 시장의 성공 열쇠는 극장이든 스트리밍이든, 명확한 목표 관객층을 설정하고 그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능력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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