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내면에 ‘자기 자비’라는 씨앗을 심고, 미래 세대에게 ‘공감’이라는 백신을 주사한다 해도, 그들이 살아갈 땅이 척박한 불모지라면 씨앗은 결코 싹을 틔울 수 없다. 개인의 치유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개인을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들고 자기혐오에 빠뜨리는 이 사회의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혐오라는 거대한 파도에 맞서기 위해, 우리에게는 개인의 노력을 넘어선 단단한 심리적 방파제가 필요하다.
그 방파제의 가장 단단한 기초는, 실패를 처벌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현대 혐오의 가장 깊은 뿌리에는 ‘실패에 대한 공포’와 그로 인한 자기혐오가 자리 잡고 있다.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은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집단정신 건강 정책이다. 실업 부조, 보편적 기본소득, 주거 안정, 공적 의료 시스템의 강화는, 개인에게 다음과 같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당신이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직장을 잃거나, 병들어도, 이 공동체는 당신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의 생산성이나 소득으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이 사회적 신뢰야말로, 개인을 각자도생의 불안에서 구하고, 자기혐오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가장 튼튼한 토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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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쓴 문장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출간작가, 피처에디터, 문화탐험가, 그리고 국제 스쿠버다이빙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