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로운 항해, 어두운 비밀, 넷플릭스 영화 <우먼 인 캐빈 10>
*스포일러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드를 가르는 호화로운 슈퍼요트, 소수의 부유한 손님들, 그리고 칠흑 같은 바다로 던져지는 시신을 목격한 한 저널리스트. 문제는 실종된 승객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루스 웨어의 2016년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심리 스릴러 <우먼 인 캐빈 10>의 매혹적인 설정입니다.
영화는 키이라 나이틀리가 미스터리의 중심에 선 저널리스트 ‘로 블랙록’ 역을, 가이 피어스가 요트의 수수께끼 같은 소유주 ‘리처드 불머’ 역을 맡아 극을 이끕니다. 제작진은 1억 5천만 달러 상당의 실제 슈퍼요트에서 촬영을 진행했지만, 그 과정은 결코 호화롭지 않았습니다. 비좁은 공간과 멀미, 수백만 달러 가치의 내부 시설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제약 속에서 감독은 “가장 호화로운 요트 위에서 게릴라 영화를 만드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이 영화는 원작의 핵심 설정을 가져오면서도 중요한 지점에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합니다. 바로 이 각색의 선택들이 문학적 심리 스릴러가 지닌 내면의 모호함과 영화 매체가 추구하는 서사적 명확성 사이의 긴장을 드러냅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도덕적 만족감을 주는 명확한 서사를 만들고자 했으나, 그 과정에서 원작이 지녔던 도전적이고 깊이 있는 심리적 복잡성을 희생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작 소설에서 주인공 로 블랙록은 강도 사건의 트라우마로 불안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항우울제와 알코올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신뢰할 수 없는 화자’입니다. 독자는 1인칭 시점을 통해 그녀의 편집증과 자기 의심의 세계로 깊이 끌려 들어가며, “살인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나는 로의 인식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합니다. 이러한 내적 갈등이 서스펜스의 주된 동력이 됩니다.
반면 영화는 로를 유능하고 존경받는 탐사 보도 전문기자로 재창조합니다. 그녀의 트라우마는 직업적 비극에서 비롯되며, 관객은 단 한 번도 그녀의 판단력을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습니다. 서스펜스는 “무엇이 현실인가?”라는 심리적 질문에서 “그녀가 어떻게 진실을 증명할 것인가?”라는 절차적 질문으로 전환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여성의 신뢰성을 폄하하는 서사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감독 사이먼 스톤의 진보적 의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증언에 힘을 실어주려는 노력은 역설적으로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끔찍하고 주관적인 ‘경험’을 탐구할 서사의 능력을 희생시켰습니다. 관객은 그녀가 가스라이팅당하는 것을 ‘지켜볼’ 뿐, 그 심리적 현기증을 직접 ‘느끼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영화는 심리 스릴러가 아닌 관습적인 음모 스릴러에 가까워집니다.
악당의 모습 또한 크게 달라졌습니다. 소설 속 리처드 불머는 아내와의 다툼 중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내연녀를 조종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충동적이고 교활한 인물입니다. 그의 악은 가정 폭력과 정서적 착취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 뿌리를 둡니다.
영화는 불머를 훨씬 더 현대적인 악당으로 재창조합니다. 그의 범죄는 아내의 재산을 노린 치밀하게 계획된 기술 기반 범죄입니다. 그는 안면 인식 AI를 이용해 아내의 대역을 찾아내는 등 냉철하고 계산적인 설계자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대화는 오히려 부와 권력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었습니다. 범죄가 원작의 내밀하고 심리적인 공포로부터 분리되면서, 불머는 개성 없는 ‘사악한 억만장자’라는 전형적 인물로 전락했고, 사회 비판은 피상적인 제스처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두 여성 주인공의 관계 역시 단순화되었습니다. 소설에서 로와 불머의 내연녀 캐리는 처음에는 적대적 관계에 놓인 복잡한 인물들입니다. 캐리는 가해자의 공범이자 피해자이며, 둘의 연대는 공유된 절망과 죄책감 속에서 위태롭게 형성됩니다. 이 도덕적으로 모호한 동맹은 지저분하지만 강력한 현실감을 자아냅니다.
영화는 이 관계를 ‘구조자’와 ‘피해자’라는 명료한 구도로 바꿉니다. ‘캐시’는 경제적으로 절박한 상황에 놓인 순수한 피해자일 뿐이며, 그녀의 역할은 구출되어야 할 대상에 머뭅니다. 이로 인해 여성 연대는 더 영웅적으로 그려지지만, 원작이 보여준 힘들게 얻어낸 동맹의 깊이와 복잡성은 희석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할리우드식 결말’로 이어집니다. 명백한 영웅은 명백한 승리를 요구합니다. 영화는 로가 직접 불머와 대치하여 그를 살해하고 캐시를 구출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이는 현실의 불의에 지친 관객에게 ‘회복적 정의’라는 만족감을 주지만, 법의 테두리 밖에서 정의가 모호하게 실현되는 원작의 냉소적이고 도전적인 결말이 지녔던 여운을 포기한 결과입니다.
영화 <우먼 인 캐빈 10>의 각색은 원작의 도전적인 모호함을 해체하고 도덕적, 서사적 명확성을 선택한 결과물입니다. 주인공을 ‘신뢰할 수 없는 화자’에서 ‘확신에 찬 영웅’으로, 부차적 여성 캐릭터를 ‘복잡한 공범’에서 ‘순수한 피해자’로, 그리고 결말을 ‘냉소적 모호함’에서 ‘카타르시스를 주는 승리’로 대체했습니다.
이 영화는 현대 스토리텔링이 직면한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여성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만족스러운 정의를 제공하려는 선의의 노력은, 명확한 메시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간 조건의 지저분하고 불편한 진실을 탐구하는 예술의 복잡성과 심리적 깊이를 잃을 위험이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영화는 여성이 신뢰받고 가해자가 처벌받는 세상이라는 정의의 판타지를 성공적으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그 대가로, 때로는 가장 끔찍한 싸움이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며 진정한 정의는 훨씬 더 파악하기 어렵고 모호한 문제라는, 원작이 지녔던 불안을 야기하는 힘을 희생시켰습니다. 영화가 명확성을 얻는 대가로 치른 것은 바로 원작이 지녔던 생각을 자극하는 심오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