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가 마주한 내면의 혼란, 날것의 감정을 담은 사이키델릭.
모든 위대한 뮤지션에게 예술적 진화는 숙명이다. 케빈 파커(Kevin Parker)가 스스로를 '현대 사이키델릭 록의 아이콘'이라는 과거의 영광에 가두길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5년 만의 귀환을 알리는 5집 <Deadbeat>는 그가 단순히 장르 부흥가를 넘어, 현재진행형 아티스트임을 증명하는 가장 대담한 선언이다. 발매 첫 주 만에 49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다섯 번째 1위 앨범으로 기록된 이 작품은, 그 사운드의 급진적인 변화만큼이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파커는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영감으로 호주 서부의 '부시 두프(Bush doof)'라 불리는 야외 레이브 신을 꼽았다. 그 결과, 테임 임팔라 특유의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텍스처와 중독적인 팝 멜로디는 그 역할을 완전히 뒤바꾼다. <Currents>가 팝의 문법을 사이키델릭의 영역으로 끌어당겼다면, <Deadbeat>는 팝 친화적이고 달콤하며,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만큼 중독성이 강한 훅과 맹렬한 4/4비트(Ethereal Connection)가 전면을 차지한다. 'Dracula'의 유쾌한 일렉트로-디스코는 마이클 잭슨의 'Thriller'에 비견되며 할로윈 시즌의 새로운 클래식을 예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황홀경에 가까운 쾌활한 사운드는 역설적이게도 파커의 가장 어둡고 혼란스러운 내면을 위한 무대이다. 앨범명 <Deadbeat>(한심한 작자)가 암시하듯, 그는 성공적인 커리어와 평범한 일상(그리고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자아를 고백한다. 'Not My World'에서는 세상과 동떨어진 고립감을 토로하고, 'Piece of Heaven'에서는 아이들의 곁을 지키지 못하는 아버지의 불안감을 노래한다. 이는 레이브를 '자아 탐구'이자 '자가 치유'의 수단으로 삼은 셈이다.
이 지독한 솔직함은 사운드 프로덕션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그는 의도적으로 음악의 맨얼굴을 노출시킨다. 'My Old Ways'와 'No Reply'에서는 매끈하게 완성된 트랙과 불안정한 피아노 데모 버전을 의도적으로 오가며 곡의 뼈대를 드러낸다. 심지어 'Loser'의 끝에서는 편집되지 않은 듯한 거친 숨소리와 "Fu*k!"이라는 탄식마저 여과 없이 들려온다. 이는 퇴보가 아닌, 테임 임팔라가 장르에 갇히지 않는 '음향적 거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가장 인간적이고 용감한 미래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