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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관객을 만나는 <부고니아>와 한 주의 개봉 신작

by 조하나

극장에서는 20년 전 한국의 컬트 걸작 <지구를 지켜라!>가 <부고니아>로 , 할리우드 고전 SF 프랜차이즈 <프레데터>가 <프레데터: 죽음의 땅>으로 재탄생합니다. 동시에 안방에서는 2017년 한국 영화 <조작된 도시>가 <조각도시>라는 시리즈로 세계관을 확장하고 , 일본의 베스트셀러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가 <당신이 죽였다>라는 K-드라마로 변주됩니다.





<부고니아 (Bugonia)> (11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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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니아>는 2003년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를 공식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굳게 믿는 물류센터 노동자 '테디'(제시 플레몬스)가 자신의 회사 사장 '미셸'(엠마 스톤)을 외계인으로 확신하고, 사촌 '돈'(에이든 델비스)과 함께 그녀를 납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 영화는 <가여운 것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등을 연출한 현존 가장 독창적인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주목할 점은 원작의 투자배급사였던 CJ ENM이 기획, 제작에 참여하며 글로벌 프로젝트를 주도했다는 것이죠.


엠마 스톤 (미셸 역): 원작의 '강 사장'(백윤식)에 해당하는 CEO 미셸 역을 맡아, 삭발 연기라는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습니다.


제시 플레몬스 (테디 역):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로 제77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제시 플레몬스가 란티모스 감독과 재회했습니다. 그는 광기에 사로잡힌 음모론자 '테디' 역을 맡아, 란티모스 감독으로부터 "동시대 최고의 배우", "시나리오가 담을 수 없는 천재적인 재능"이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제8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및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이후, "원작의 B급 감성과 장르적 비틀기를 란티모스 특유의 건조하고 기괴한 블랙 코미디로 완벽하게 이식했다"는 호평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엠마 스톤과 제시 플레몬스가 벌이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강렬한 연기 대결이 압권이라는 평가입니다.


<부고니아>의 개봉은 할리우드 리메이크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진 현시점에서 개봉 당시 비운의 걸작으로 불렸던 20년 전 한국의 지적재산권(IP)를 현존 가장 트렌디한 글로벌 감독과 배우진을 통해 최고급 '아트버스터'로 재탄생시킨 CJ ENM의 야심 찬 전략입니다. 이 작품의 성공 여부는 K-IP가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더 고급화되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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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터: 죽음의 땅 (Predator: Badlands)> (11월 5일 개봉)


<프레이>(2022)의 혁신적인 성공으로 <프레데터> 프랜차이즈를 화려하게 부활시킨 댄 트라첸버그 감독이 신작 <프레데터: 죽음의 땅>으로 돌아옵니다. 이번 작품은 <말레피센트> 등으로 잘 알려진 엘르 패닝이 '티아' 역으로 주연을 맡아, 프레데터 '덱'과 함께 최상위 포식자에 맞서 생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프레이>가 스트리밍 전용 공개(훌루/디즈니+)로 프랜차이즈의 명맥을 되살린 성공 사례라면 , <죽음의 땅>은 이 성공에 힘입어 다시 '극장 개봉'으로 선회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이 영화가 개봉하는 11월 초는 북미 박스오피스가 블록버스터의 부재로 1997년 이래 '최악의 10월'을 보낸 직후입니다. 따라서 <프레데터: 죽음의 땅>은 '스트리밍의 성공이 극장 관객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동시에, 침체된 글로벌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구원투수로서의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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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미스터리, 드라마 등 다양한 신작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11월 5일 개봉)


한국·베트남 합작 영화로, 베트남에서 먼저 개봉해 1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화제작입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엄마(홍다오)를 돌보던 아들 '환'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한국의 형에게 엄마를 데려가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 감동 휴먼 드라마입니다. 배우 정일우가 엄마의 젊은 시절 남편 역으로 특별 출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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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피와 꿀 2> (11월 5일 개봉)


'동심 파괴' 공포물로 전 세계적 논란과 흥행을 동시에 기록했던 <곰돌이 푸: 피와 꿀>의 속편입니다. 전작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제작비와 업그레이드된 특수 분장을 투입했으며, '티거'와 '아울'이 새로운 복수자로 합류해 숲을 넘어 인간 세상을 향한 잔혹한 복수를 시작합니다.




<구원자> (11월 5일 개봉)


'축복의 땅'이라 불리는 오복리로 이사 온 의사 '영범'(김병철)과 아내 '선희'(송지효)가 교통사고로 걷지 못하던 아들이 걷게 되는 기적을 경험한 후, 그 대가로 끔찍한 저주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오컬트 스릴러입니다. '기적을 받는 순간 누군가에게 저주로 돌아간다'는 설정이 특징입니다.








특별 재개봉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11월 5일 재개봉)


2005년 국내 개봉 당시 일본 멜로 영화 열풍을 이끌었던 고(故) 다케우치 유코 주연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개봉 20주년을 기념하여 스크린으로 돌아옵니다.



<위키드> (11월 5일 재개봉)


2024년 개봉해 224만 관객을 모은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11월 19일 속편 <위키드: 포 굿>의 개봉을 앞두고 11월 5일부터 18일까지 단 2주간 특별 재개봉을 확정했습니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11월 5일 재개봉)


피터 잭슨 감독의 전설적인 판타지 3부작의 첫 번째 편인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가 11월 5일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에서 재개봉합니다.





주목할 만한 독립·예술·다큐멘터리



<바람이 전하는 말>


'킬리만자로의 표범', '향수', '타타타', '하얀 목련' 등 한국 대중가요사의 불후의 명곡들을 탄생시킨 작곡가 김희갑과 그의 아내이자 음악적 동반자인 작사가 양인자 부부의 음악 인생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10년에 걸쳐 두 사람의 여정을 기록한 이 '뮤직 노스텔지어 다큐멘터리'는, 조용필, 양희은, 김광석, 혜은이 등 당대 최고 가수들의 목소리와 노래를 통해 한 시대의 화양연화를 스크린에 감동적으로 재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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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하는말>


전주국제영화제, 부산독립영화제 등에서 호평받은 장태구 감독의 작품입니다. 노래하는 '선희', 그림 그리는 '준상', 그리고 시를 쓰는 '지봄' 등 시, 그림, 음악을 만드는 평범한 이들이 만나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일상이 예술이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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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의 빛>


이번 주 가장 독특한 형식의 영화로 꼽히는 147분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열 명 남짓한 10대들이 TRPG(테이블 토크 롤플레잉 게임) 형식으로 직접 만들어낸 서사를 바탕으로 완성된 작품입니다. 리산시티, 알스트로에메리아 숲 등 상상의 세계를 오가며 그들만의 빛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으며, 온라인 스트리밍 없이 오직 극장에서만 상영될 예정이라 더욱 특별한 관람 경험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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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사진관>: 일본군의 참혹한 만행을 비밀리에 사진으로 기록한 사진관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중국 역사 드라마입니다.


<생명의 은인>: 500만 원을 손에 쥔 19세 '세정'(김푸름) 앞에 어릴 적 생명의 은인이라 주장하는 시한부 '은숙'(송선미)이 나타나 벌어지는 기묘한 동행을 다룹니다.


<너와 나의 5분>: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음악 영화입니다.


<리그레팅 유>: 베스트셀러 원작의 서사를 바탕으로, 할리우드 차세대 스타 맥케나 그레이스와 메이슨 테임즈가 주연을 맡은 로맨스 영화입니다.







OTT 신작: 프리미엄 홈 시네마



디즈니+ <조각도시>


<조각도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태중'(지창욱)이 흉악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뒤, 이 모든 것을 설계한 '조각가' 요한(도경수)의 존재를 알고 복수를 시작하는 액션 스릴러입니다. 11월 5일 1~4회 동시 공개 후 매주 2편씩 총 12편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 시리즈는 2017년 개봉한 영화 <조작된 도시>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작품입니다. 특히 원작의 각본을 쓴 오상호 작가(<모범택시> 시리즈)가 직접 각본을 맡아 IP의 연속성을 강화했습니다.


<조각도시>는 마블식 유니버스가 아닌, '스타 작가'와 '캐릭터'를 중심으로 IP를 확장하는 디즈니+의 K-콘텐츠 전략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모범택시>로 K-다크히어로 장르를 개척한 오상호 작가와 원작의 페르소나인 지창욱을 다시 결합시키고, 여기에 도경수라는 최정상급 배우를 '악역'으로 캐스팅하는 파격을 더해 강력한 팬덤을 공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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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당신이 죽였다> (11월 7일 전편 공개)


<당신이 죽였다>는 남편의 끔찍한 폭력에 시달리는 친구 '조희수'(이유미)와,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해 살인을 공모하는 친구 '조은수'(전소니)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드라마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합니다. 연출은 K-오컬트 장르의 미학을 보여준 <악귀>의 이정림 감독이 맡아 특유의 서늘한 긴장감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이는 넷플릭스의 가장 성공적인 공식을 따르는 기획입니다. <더 글로리>처럼 '여성 서사'를 중심에 두되, '가정 폭력'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살인 공모'라는 장르적 쾌감과 결합시켰습니다. 여기에 <악귀>로 검증된 감독과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갖춘 배우를 투입함으로써, 또 한 번의 글로벌 히트를 정교하게 조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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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박스오피스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의 주말 박스오피스는 강하늘 주연의 코미디 영화 <퍼스트 라이드>가 23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9월 말 개봉 이후 장기 흥행하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2위)과 10월의 다크호스였던 일본 실사 공포 영화 <8번 출구>를 제친 결과입니다.


그러나 11월 5일자 실시간 예매율을 보면, 11월 19일 개봉 예정인 <위키드: 포 굿>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금주 개봉작인 <프레데터: 죽음의 땅> , <부고니아> , <난징사진관> , <구원자>, 그리고 재개봉하는 <위키드> 등이 그 뒤를 이어 치열한 예매율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한국 극장가가 '이벤트' 중심으로 재편되었음을 시사합니다. 9~10월 시장이 <체인소 맨>, <귀멸의 칼날> 등 강력한 팬덤 기반의 '이벤트형' 일본 콘텐츠에 의해 주도되었다면, <퍼스트 라이드>의 1위는 무거운 장르물에 지친 관객들이 가벼운 '한국형 코미디'로 눈을 돌린 결과입니다. 11월 5일 이후 시장은 다시 <부고니아>(아트버스터 팬덤), <프레데터>(SF 액션 팬덤), <위키드>(뮤지컬 팬덤) 등 특정 경험을 위한 공간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2025년 글로벌 시장은 <마인크래프트 무비> , <슈퍼맨> ,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등 거대 IP가 흥행을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10월 북미 박스오피스는 총수입 4억 2,500만 달러로,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1997년 10월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트론: 아레스>, <블랙폰 2> 등 기대작들의 부진과 '매력적인 블록버스터의 부재'가 핵심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러한 북미 시장의 침체와 한국 시장의 활황은 디커플링 현상을 보여줍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소수의 텐트폴에 의존하다 실패하며 시장 전체가 무너지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반면, 한국 시장은 로컬 히트작, 강력한 수입작, 프리미엄 OTT 신작이 동시에 폭발하고 있습니다. 이 불균형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할리우드 신작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당신이 죽였다>, <조각도시> 같은 검증된 K-콘텐츠에 더욱 의존하게 만드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OTT 플랫폼: '예능의 힘'과 '라이브러리'의 재발견

현재 국내 OTT 트래픽을 견인하는 것은 예능과 라이브러리입니다.


티빙에서는 <환승연애4>가 3주 연속 OTT 통합 화제성 1위를 기록하며, 드라마가 아닌 '리얼리티 연애 예능'이 플랫폼의 핵심 트래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서바이벌 예능 <Physical: Asia>가 드라마 등과 함께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죠. 웨이브는 <라이프 온 마스>, <보이스>, <나쁜 녀석들> 등 과거 OCN 오리지널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공급하며 '명작 라이브러리' 강화에 나섰습니다.


이는 OTT 플랫폼의 이중적 전략이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조각도시>나 <당신이 죽였다> 같은 초대형 신작 드라마는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무기입니다. 반면, <환승연애4> 같은 매력적인 예능이나 웨이브의 OCN 라이브러리는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고 일상적인 트래픽을 담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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