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둘째 주 개봉 영화 극장가 소식
2025년 11월 둘째 주 극장가는 명확한 전략적 구도 속에서 전개됩니다. 11월 12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나우 유 씨 미 3>와 11월 19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메가톤급 뮤지컬 영화 <위키드: 포 굿> 사이에 위치한, 이른바 '블록버스터 샌드위치' 주간입니다.
<위키드: 포 굿>과 이른 경쟁에 나선 <나우 유 씨 미 3>
나쁜 놈들을 잡는 마술사기단 '호스맨'이 더러운 돈의 출처인 '하트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목숨을 건 지상 최고의 마술쇼를 펼치는 블록버스터입니다. 이들의 적은 불법 보석 거래로 부를 축적한 다이아몬드 상속녀이자 범죄 신디케이트의 리더 '베로니카 반더버그'. 호스맨은 새로운 세대의 마술사들과 협력하여 그녀를 무너뜨려야 합니다.
시장의 핵심 동인은 <나우 유 씨 미 3>의 선점 전략입니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일주일간의 '골든 타임'을 독점하기 위해, 북미 개봉일(11월 14일)보다 이틀이나 빠른 11월 12일(수)을 한국 개봉일로 확정했습니다. 이는 한국 시장의 높은 프랜차이즈 관심도(국내 예고편 1,000만 뷰 돌파)를 활용한 공격적인 배급 전략입니다.
거의 모든 관련 언론 기사가 "<위키드: 포 굿>을 제치고 전체 예매율 1위에 등극"이라는 점을 헤드라인으로 잡고 있습니다. <위키드: 포 굿>은 아직 개봉 전이지만, <나우 유 씨 미 3>의 마케팅팀은 의도적으로 <위키드: 포 굿>을 경쟁작으로 설정해 구도를 만들고 있죠.
이에 대응하여, 차주 개봉 예정인 <위키드: 포 굿>은 아직 개봉 전임에도 불구하고 11월 12일 자정(0시)부터 에어비앤비와 연계한 특별 체험 예약 이벤트를 시작합니다. 이는 <나우 유 씨 미 3>의 개봉일에 정확히 맞춰 대규모 마케팅 이벤트를 진행함으로써 시장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화제성을 견제하려는 정교한 마케팅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틀린 손'이 아닌 '다른 손' <왼손잡이 소녀>
<플로리다 프로젝트>, <레드 로켓>, 그리고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아노라>로 세계를 휩쓴 션 베이커 감독이 공동 각본, 제작, 그리고 편집까지 직접 맡은 작품입니다.
연출을 맡은 쩌우스칭 감독은 션 베이커와 2004년 <테이크 아웃>을 공동 연출하고, 이후 <탠저린>,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그의 모든 주요 작품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션 베이커 사단'의 핵심 멤버이자 20년 지기 동료입니다. <왼손잡이 소녀>는 쩌우스칭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션 베이커가 20년간 지지하며 기다려 온 그녀의 첫 단독 장편 연출작입니다.
영화는 대만의 야시장을 배경으로, '왼손은 악마의 손'이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게 된 5살 소녀 '이칭'과 엄마, 언니까지 3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션 베이커 사단 특유의 방식으로 전 장면을 아이폰으로 촬영하여, 타이베이 야시장의 생생한 활기와 그 이면의 삶을 날것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션 베이커 감독은 "이 영화는 대만에 보내는 활기찬 러브레터"라며 극장 관람을 독려했고, "왼손에 대한 금기라는 개념이 정말 매혹적이고 이국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각본 참여 이유를 밝혔습니다. 쩌우스칭 감독은 "왼손잡이라는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는 세상 속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을 시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영화제를 휩쓸었으며 2026년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대만 공식 출품작으로 선정되어 "션 베이커와 쩌우스칭 콤비가 빚어낸 또 하나의 보석 같은 영화"라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우디 앨런의 50번째 초대, 낭만과 의심이 교차하는 파리 <럭키 데이 인 파리>
거장 우디 앨런의 50번째 장편 영화이자, 그가 "은퇴작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한 첫 프랑스어 영화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완벽한 부부 '파니'와 '장', 그리고 우연히 파니 앞에 나타난 옛 동창 '알랭'. 이들의 만남이 예측 불가능한 운명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로맨틱 스릴러입니다.
우디 앨런은 "인생은 논리가 아닌 '운(Chance)'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자신의 오랜 철학을 파리라는 낭만적인 도시를 배경으로 유려하게 펼쳐냅니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처럼 시작해 서서히 서스펜스를 조여가며, 인간의 욕망과 도덕성, 그리고 우연의 장난을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로 엮어냅니다.
베니스 국제 영화제 공개 후 "우디 앨런의 화려한 귀환", "말년의 걸작"이라는 호평과 함께 "익숙한 변주"라는 평가가 공존했지만, 가을의 파리 풍경과 매력적인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거장만이 가능한 노련한 완급 조절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가장 화려한 순간, 가장 끔찍한 유산을 마주하다 <후계자>
<밤의 수호자>로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던 자비에 르그랑 감독의 숨 막히는 신작 스릴러입니다. 파리의 명망 높은 오뜨 꾸뛰르 하우스의 디렉터로 성공한 '엘리아스'가 연락을 끊고 지낸 아버지의 부고로 몬트리올의 저택을 상속받은 뒤, 그곳 지하실에서 끔찍한 비밀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자비에 르그랑 감독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대물림되는 남성성의 폭력과 어두운 유산을 탐구하고 싶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습니다. 영화는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는 주인공의 세계가 아버지의 비밀과 마주하며 서서히 잠식되고 붕괴하는 과정을 차가운 톤으로 그려냅니다.
해외 평단에서는 '우아한 미장센과 대비되는 악몽 같은 서스펜스', '관객의 심장을 옥죄는 밀도 높은 심리 스릴러'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성공의 정점에서 자신이 경멸하던 근원과 마주하게 된 한 남자의 파멸을 그린, 스타일리시하고도 충격적인 작품입니다.
넘어져도 멈추지 않아! <달팽이 농구단>
한국 영화 최초로 '휠체어 농구'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휠체어 농구팀 '달팽이농구단'의 코치를 맡게 된 전직 농구 유망주 '기혁'(박호산)이 각자의 사연을 가진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해 보였던 도전에 나서는 감동 드라마입니다.
고은기 감독은 언론 시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아닌, 코트 위에서 하나가 되는 '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주연 박호산은 "기술보다 휠체어와 한 몸이 되는 과정을 연기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들의 열정을 스크린에 오롯이 담아내려 노력했다"라며 진정성 있는 접근을 강조했습니다.
평단에서는 휠체어 농구의 박진감 넘치는 속도감을 생생하게 구현한 연출과, 신파를 넘어선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응원가 같은 영화'라는 평입니다.
직지는 어떻게 구텐베르크에 가닿았을까? <직지루트; 테라 인코그니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와 구텐베르크 성경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를 추적하는 역사 다큐멘터리입니다. 제작진은 몽골, 중앙아시아, 바티칸 비밀 서고까지, 동서 문명 교류의 길을 따라가며 고려의 금속활자 기술이 서양에 전파되었을 가능성을 탐험합니다.
우광훈 감독은 "단순히 '우리가 최초'라는 주장을 넘어, 인류의 지식과 기술이 어떻게 국경을 넘어 공유되고 발전했는지 그 '위대한 여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테라 인코그니타(미지의 땅)'라는 부제처럼, 이 영화는 흩어진 역사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지적 탐험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따라갑니다. "역사 교과서 밖의 생생한 지식 여행", "증거와 가설 사이를 넘나드는 웰메이드 역사 추리극"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