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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 록 비트에 실린 진짜 악마 <미스터 메르세데스>

넷플릭스 범죄 스릴러 시리즈 추천작

by 조하나



‘공포의 제왕’ 스티븐 킹의 이름에서 흔히 연상되는 초자연적 현상이나 기괴한 크리처는 이 드라마에 없습니다. 대신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녹슨 자동차의 굉음과, 은퇴한 형사의 고독, 그리고 평범한 이웃의 얼굴을 한 끔찍한 악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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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스티븐 킹의 ‘빌 호지스 3부작’을 원작으로 한 하드보일드 탐정물입니다. 이야기는 훔친 벤츠 차량으로 새벽의 채용 박람회장에 돌진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무차별 살인 사건으로 문을 엽니다. 그리고 2년 후, 미제 사건을 남겨둔 채 은퇴하여 술과 자살 충동 속에 파묻혀 살던 전직 형사 빌 호지스(브렌던 글리슨)에게 범인이 보낸 조롱 섞인 편지가 도착하며 본격적인 막이 오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누가 범인인가’를 찾는 추리물이 아니라, ‘그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다루는 심리 스릴러라는 점입니다. 드라마는 초반부터 범인 브래디 하츠필드(해리 트레더웨이)의 정체를 과감히 드러냅니다. 전자제품 매장에서 일하며 엄마와 단둘이 사는, 겉보기엔 소심하고 평범해 보이는 청년.


드라마는 이 비틀린 내면을 가진 살인마와, 삶의 목적을 잃고 표류하던 늙은 형사가 서로의 존재를 통해 역설적이게도 다시 살아갈 동력을 얻게 되는 기묘한 공생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이들의 대립은 시각을 넘어 ‘소리’의 영역에서 더욱 극명하게 충돌합니다. 드라마의 공기를 지배하는 OST는 두 인물의 분열된 세계를 상징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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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지하실에 웅크린 살인마 브래디의 귓가에는 늘 ‘더 라몬스’의 거칠고 공격적인 펑크 록이 흐릅니다. 특히 스티븐 킹의 또 다른 명작 제목이기도 한 곡 'Pet Sematary'가 브래디의 테마로 반복해서 울려 퍼질 때, 그의 억눌린 분노와 살의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얻으며 시청자의 신경을 긁어댑니다.


반면, 빌 호지스의 세계는 전설적인 프로듀서 티본 버넷이 조율한 묵직한 블루스와 올드 팝으로 채워집니다. 턴테이블 위에서 돌아가는 낡은 LP판의 잡음과 고독한 선율은, 빠르고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밀려나 아날로그적 정의를 고집하는 늙은 형사의 쓸쓸함을 청각적으로 대변합니다. 이처럼 브래디의 시끄러운 펑크와 빌의 느릿한 블루스가 교차하고 충돌하는 순간들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선과 악, 신세대와 구세대의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을 감각적으로 웅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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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을 맡은 브렌던 글리슨의 육중한 존재감은 이 드라마를 지탱하는 거대한 기둥입니다. 그는 정의감 넘치는 영웅이 아닙니다. 배가 나오고, 숨을 헐떡이며, 시대에 뒤처진 ‘고장 난 어른’입니다. 하지만 그 낡고 투박한 육체가 악을 향해 느릿하게 그러나 집요하게 움직일 때, 시청자는 화려한 액션보다 더 묵직한 긴장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에 맞서는 해리 트레더웨이 역시 사회적 박탈감과 비뚤어진 욕망이 뒤엉킨 ‘현대적 괴물’의 초상을 섬뜩하게 그려냅니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묻습니다. 괴물은 태어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망가진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낡은 레코드판의 블루스 선율과 날카로운 펑크 록 비트가 뒤섞인 이 묵직한 수사극은 스티븐 킹의 팬은 물론 웰메이드 심리 스릴러를 기다려온 당신에게 깊고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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