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거친 비바람이 블루스를 만났을 때

이희문 오방신과(OBSG) '어랑브루지'

by 조하나

함경도에서 불어온 차가운 바람이 미시시피 강가의 끈적한 습기를 머금으면 과연 어떤 소리가 날까.


이희문이 이끄는 오방신과(OBSG)의 '어랑브루지'는 이 엉뚱하고도 대담한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 낸 수작이다. 원곡인 '어랑타령(신고산타령)'은 개화기 함경도 지방에서 불리던 신민요로, 기차 기적 소리에 님을 떠나보내는 이별의 정한을 담고 있다.


이희문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인 '한(恨)'이 흑인 음악의 뿌리인 블루스가 지닌 '고통의 승화'와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제목 '어랑브루지'는 타령의 후렴구인 '어랑'에 장르인 '블루스', 그리고 노래를 '부르지'라는 한국어 동사를 절묘하게 결합한 중의적인 언어유희다.


곡이 시작되면 레게와 펑크(Funk)를 기반으로 한 밴드 '노선택과 소울소스' 출신 연주자들의 묵직하고 나른한 그루브가 공간을 지배한다. 징이나 꽹과리 대신 둔탁한 드럼 비트와 몽환적인 기타 사운드가 깔리고, 그 위로 이희문의 보컬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그는 경기민요 특유의 맑고 카랑카랑한 창법 대신, 힘을 툭 빼고 리듬을 밀고 당기는 창법을 구사한다. 마치 늦은 밤, 담배 연기 자욱한 재즈 바 구석에서 독한 위스키 한 잔을 앞에 둔 무명 가수가 읊조리는 듯한 이 소리는 처연하면서도 치명적으로 섹시하다.






"신고산이 우르르 함흥차 가는 소리에"라는 익숙한 첫 소절은 더 이상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도시인들이 겪는 만남과 이별, 그리고 텅 빈 방에 홀로 남겨진 고독의 메타포로 완벽하게 치환된다. 코러스를 맡은 '놈놈'의 낮게 깔리는 화음은 이 쓸쓸한 독백에 입체적인 깊이를 더한다.


슬픔을 억지로 참거나 통곡하는 대신, 그 감정마저 리듬 위에 얹어 유연하게 타고 노는 이희문의 모습은 경이롭다. '어랑브루지'는 국악이 박제된 전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가장 내밀한 감정을 건드리는 현재진행형의 '힙(Hip)'한 음악임을 증명하는 결정적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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