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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을 거부했던 탕아의 고백

이희문 오방神과 (OBSG) '싫은 민요'

by 조하나


앞서 소개한 씽씽밴드의 파격이 전초전이었다면, 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전수자 이희문이 이끄는 새로운 프로젝트 '오방신과(OBSG)'의 '싫은 민요'는 그의 음악 인생을 관통하는 솔직하고도 뼈아픈 다큐멘터리다. 제목 그대로 "민요가 듣기 싫다"고 대놓고 타령하는 이 곡에는, 명창의 아들로 태어나 겪어야 했던 질긴 운명의 서사가 담겨 있다.






이희문의 어머니는 1970~80년대를 풍미한 경기민요의 대가, 고주랑 명창이다. 어린 시절 그에게 어머니의 소리는 아름다운 음악이 아니라 지긋지긋한 소음이었고, 반드시 벗어나야 할 그늘이었다. 그는 국악이 싫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고, 뮤직비디오 조감독으로 일하며 필사적으로 '소리'와 멀어지려 애썼다. 하지만 나이 서른이 다 되어 운명처럼, 혹은 저주처럼 다시 민요의 길로 끌려 들어온 그는 이 곡을 통해 자신의 지난날을 유쾌한 촌극처럼 풀어낸다.


"듣기 싫어, 하기 싫어, 배우기도 싫어"라고 앙탈을 부리듯 노래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가락은 누구보다 구성지고 맛깔스럽다. 레게와 펑크(Funk)가 혼합된 나른한 그루브 위로, 미워하면서도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DNA'를 털어놓는 이희문의 모습은 해탈한 경지처럼 보인다. 코러스 '놈놈놈'의 감각적인 추임새와 함께 어우러지는 이 노래는, 숙명을 거부하던 탕아가 마침내 자신을 긍정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세상에서 가장 힙하고도 짠한 굿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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